박근혜 정부가 기어코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했다. 행정 예고 전부터 비밀 TF를 운영하고, 20일간의 여론 수렴 기간 동안 이의신청 팩스를 꺼놓았던 박근혜 정부는 애초부터 여론을 수렴할 생각 따윈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반대 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섟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청은 집필진에 대한 비난을 엄정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한 교사와 전교조 전임자 84명 모두를 고발했다.
박근혜 정부가 광범한 불만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반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계속 번지는 반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한 줌의 우익 기반이라도 긁어 모으려는 것이다.
국정화 강행으로 박근혜는 골수 우익들을 결집시켰을진 몰라도, 중도부터 일부 보수까지도 국정화를 반대할만큼 큰 반감을 샀다. <조선일보>조차도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가 10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국정 교과서를 구체화하는 과정은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미 집필진 구성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난관
정부가 어렵사리 구한 대표 집필자 최몽룡 명예교수가 여성 기자를 성희롱 해 집필진에서 자진사퇴한 것이다. 최몽룡은 ‘별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정화를 위해 사퇴한다’는 역겨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또 다른 대표 집필자 신형식 교수는 뉴라이트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이명박 선대위에서 국제위원회 위원을 맡던 우파다.
이것도 모자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정 교과서 집필에 군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소름이 끼칠만큼 경악스러운 얘기다. 국방부는 제주 4.3 학살 사건 때문에 군이 매우 폄하돼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처럼 남한 근현대사에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고 독재 정권에 부역해 온 군대, 기본적 자격도 함량미달인 인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옹호하는 자들이 만들 교과서에 무슨 내용이 들어갈지 ‘안 봐도 비디오’다.
박근혜 정부는 한편 이제는 ‘민생’에 집중하자고 한다. 김무성은 “노동개혁”를 포함한 4대 개혁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비정규직을 더 많이 늘리고, 해고를 더 쉽게하고, 임금을 더 적게 주는 개악 입법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민생’?
이런 노동자 공격은 현재 역사 교과서에 ‘산업화’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없다며 국정 교과서로 더 친기업적이고 시장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는 시도와도 맞닿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며 그들의 비호를 받으며 자라온 남한 자본가들의 혹심한 노동자 착취도 ‘성공신화’로 포장하려 한다.
‘끝까지 싸우겠다’던 새정치민주연합도 “국정화에만 매달릴 수 없다. 민생과 경제도 살려야 한다”며 국정화 반대 농성을 풀고 국회에 등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국정화 논란을 무마하고 ‘민생’으로 포장된 노동개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등원을 압박했던 새누리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
국정화 전선에서 섣부르게 좌절하기는 이르다. 국정화 반대 운동이 다소 기복을 겪더라도 정치적으로 계속 쟁점이 될 것이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다른 불만들과 결합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국정화 과정에서 앞으로 계속될 논란에 주목하며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 없음과 부패를 폭로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박근혜 정부에 맞선 여러 불만•투쟁과 연결시켜야 한다. 10월 29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박근혜의 방문에 항의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 청년 팔아먹는 노동개악, 기만적인 저출산 고령화 대책, 대학 구조조정 등 박근혜 정부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성호 군 어머니 정혜숙씨는 지난 31일 국정교과서 저지 집회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쳐주셨던 국민 여러분이 국가의 기억통제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 시도에 맞서 대학생들도 끝까지 싸우자! “노동개악 분쇄! 친일독재 교과서-역사쿠테타 저지!”를 내걸고 노동자, 학생, 농민 등이 대규모로 모이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도 적극 참가하자!
2015년 11월 7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facebook.com/wsstu
문의: 010-5443-2395
함께가요!
- 노동개악 분쇄! 친일독재 교과서-역사쿠테타 저지!
민중총궐기
11월 14일 4시 서울 도심 - 교과서 국정화 중단! 노동개악 중단!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대학 공공성 강화!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11월 14일 2시 대학로
*2시 집회 후 행진해 민중총궐기로 결합합니다 - 연락: 010-5443-2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