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트럼프는 SNS에 ‘한국에서 혁명, 숙청이 벌어지는 듯하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긴장을 높여 한국 정부를 저자세로 만들어 미국 제국주의에 필요한 것을 더 많이 얻어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트럼프는 곧 회담 자리에서는 “오해”라며 치고 빠졌고, 이재명은 트럼프를 비위를 맞추는 칭찬을 하며 평화롭게 회담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은 죄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위험천만한 선택이었다.
트럼프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의 협조를 얻어냈다. 한국 정부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마스가는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해양 경쟁을 위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려는 미국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군의 해군력 증강을 돕는 것은 동아시아의 전쟁 위험 증대에 일조하는 것이고, 미·중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면 한국인들은 원치 않아도 십중팔구 전쟁에 휘말릴 것이다.
트럼프는 이재명에게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과 조건 없는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이재명은 “일본과 만나서 ‘장애 요소’를 미리 해결했다”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은 대중국 견제용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한일 정상회담 직전에는 박근혜의 ‘위안부’ 합의와 윤석열의 강제동원 ‘해법’을 뒤집지 않겠다고 발언해 일본 전쟁범죄 면죄부를 주고 일제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미 제국주의와의 협력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를 정당화한 것이다.
이재명이 6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스스로 이란까지 폭격한 학살 공범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라면서 아부한 것은 경악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극우 세력에게도 힘을 실어 줬다. 트럼프는 한국의 특검 수사를 저격하면서 쿠데타 세력 숙정을 정도껏 하라는 견제구를 던졌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부터 지배자들이 세계적 수준에서 극우를 고무하고 후원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한국의 극우들이 환호한 것은 당연했다.
쿠데타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쿠데타 지지 관료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쿠데타 세력 척결은 지지부진하다. 쿠데타 수괴 윤석열은 계속해서 버티기를 하고 있고, 8월 27일에는 궁지에 몰렸던 쿠데타 방조범 한덕수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한덕수 자신이 위증을 실토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 숙청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보복과 응징이 없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자신의 행보를 ‘실용 외교’라 포장한다. 그러나 미국 제국주의를 치켜세우고 대미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관련 한국 기업주들에게 이익을 안겨 줄 수 있겠지만,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는 완전히 역행하는 일이다. 또한 오히려 극우를 도울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들의 친서방 제국주의 노선을 유지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선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제국주의 유착 강화에 반대하고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응원하고 손 잡아야 할 동맹이 결코 아니다.
우리를 더 큰 불안정으로 몰아넣는 제국주의에 제대로 맞서려면 아래로부터의, 우리의 투쟁이 진정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
2025년 8월 28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