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진보당 소속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김태선 울산 동구 국회의원, 변광용 거제시장과 함께 “내국인 채용 확대, 이주노동자 쿼터 조정”을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었다. 김태선과 변광용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사실상 내국인 노동자의 실업과 고용불안의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린 것이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정당으로서 민주당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활하고 이중적인 태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그동안 그들의 정부들은 이주노동자 유입을 늘리면서도 안정적 정착과 노동조건 개선은 막아 왔다. 필요한 노동력은 가져다 쓰면서도 그 재생산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또한 내외국인 노동자간 이간질도 해 왔다. 노동자들이 단결·저항할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예컨대 이주노동자를 옥죄는 대표적인 악법인 고용허가제를 만든 게 김대중-노무현 정부였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반노동·반인권적 조항을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정당화했다.
국회의원까지 지낸 대표적인 노동계급 정치인인 김종훈 구청장이 이런 민주당과 이주노동자 배척적 강령으로 한 편에 서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김 구청장은 조선업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를 반대하는 11월 24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되자 “신중하지 못한 표현을 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진보당도 당 차원의 공식 사과 성명을 냈다.)
그러나 언어 표현에 대해서만 사과했지, 조선업 이주노동자 추가 유입에는 계속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12월 1일에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업 청년 고용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회, 기업, 정부의 공동 행동을 제안했다.

김 구청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진보당 대 국민의힘’ 구도를 만드는 쟁점의 하나로 이주노동자 추가 유입 반대를 이용하려는 듯하다. 달리 말해, 국힘과 지자체를 이주노동자 추가 유입 지지 편으로, 민주당-진보당을 이주노동자 추가 유입 반대(“한국인 일자리 보호”) 편으로 구도화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노동당,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은 그동안 진보당이 민주당과 유착하는 것을 비판해 왔는데, 유독 진보당이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분열시키며 민주당 정치인들과 공조하는 문제에서는 침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조선업을 비롯한 여러 업종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새로 허용하는 정책을 실시했었고, 국힘 소속인 현 울산시장 김두겸은 조선업 이주노동자 유입을 늘리는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힘이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한 이유는 저임금 노동력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대신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를 반목시켜 노동조건 하향 압력을 만들려 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유입이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이지 않다. 고용과 임금 수준은 경제 상황과,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저항하는 능력에 훨씬 크게 좌우된다. 이주노동자 배척에 반대하고 그들을 조직해서 함께 투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다.
조선업 노동자의 약 16퍼센트가 이주노동자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으면 사용자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좌파라면,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책임이 사용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이주노동자 탓하기나 배척에 반대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훨씬 더 열악한 처우로 고통받는다. 그런 처지를 감수하고서라도 일하고자 하는 그들의 절박한 필요를 외면한다면,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분열을 증폭시킬 것이다.
그리고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데서 국힘만이 문제인 게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도 전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전 국힘 의원 이혜훈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위 언급된 김태선 의원은 이혜훈 지명을 환영했다.) 이혜훈은 재정 건전성과 부자 감세, 긴축을 강조해 온 반노동
조선업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핵심 원인은 사용자들이 강요한 다단계 하청 구조이다. 민주당은 이런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취지로 하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지만, 사용자들의 눈치를 보며 일부 조항에서는 윤석열이 거부했던 법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으로 만들었다(관련 기사: ‘노란봉투법 통과:파업권 제한적 확대, 미흡한 개정조차 후퇴시키려는 사용자들’).
11월 고용노동부는 하청 노조들의 실질적 교섭권을 크게 제약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고, 12월 26일에는 원청 사용자성을 크게 후퇴시키는 해석지침을 내놓는 등 이재명 정부는 거듭 후퇴하고 있다(관련 기사: ‘이재명 정부의 노란봉투법 무력화 시도 반대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
김 구청장 등은 이주노동자의 국내 소비가 내국인 노동자보다 적기 때문에 조선업 호황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이주노동자 쿼터를 줄이고 내국인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경제 상황과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에 달린 문제이지 이주노동자를 탓할 게 아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내국인 노동자라도 지출을 줄이려 한다.
오히려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이 저해되면 전반적인 임금 인상을 이루기도 어렵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야말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일부 지역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계급의 단결을 해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또한 설령 내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더라도 노란봉투법 후퇴와 같이 내국인 노동자들이 임금과 조건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처럼 내국인 노동자들이 임금과 조건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이주노동자 쿼터를 일부 조절하는 모양새로 내국인 노동자들을 위하는 척 생색만 내려 한다.
예컨대,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시범 운영하던 고용허가제의 조선업 쿼터를 내년에 없애기로 했는데, 고용허가제 제조업 쿼터나 E-7비자 쿼터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기자회견을 함께한 변광용 시장은 자신이 11월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외국인 노동자 쿼터 축소, 내국인 채용 확대 등을 건의한 것의 성과라도 되는 양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생색내기는 이렇듯 사기꾼 뺨친다.
김 구청장은 노동계급 정치인으로서 이를 날카롭게 폭로하기는커녕, 내국인 노동자들에게 자유주의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고 불만이 이주노동자들을 향하도록 조장하는 일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으로 개혁을 성취할 수 있는 힘인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다.
김 구청장과 김태선 의원, 변광용 시장은 내국인 기술인력 비중 유지가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 논리는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경기 상황이 바뀌거나 금융 위기가 찾아올 때는 기업 경쟁력 회생(또는 유지)를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조선업 기업들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만큼 나머지 부문에서 비용 절감 압박은 더 클 것이고, 더 치열해지는 중국과의 경쟁도 노동자들을 들들볶는 압력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에 대응해 미국에 수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현대제철은 노동자들에게는 희망퇴직을 압박해 왔다.
김종훈 구청장은 당장의 선거적 이득을 위해,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전체 노동자들의 장기적 이익을 훼손하는 기회주의적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출처: 진보당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이주노동자 배척 입장으로 민주당 정치인들과 공조 — 정의당, 노동당 등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동자 연대〉 568호, 2025-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