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열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에 대한 징계로 두 단체의 합병이 의결되었다. 각기 전문성을 갖고 차별과 억압에 맞서 학내 구성원들의 권리를 지켜 온 두 단체가 통폐합되는 것이다. 고려대 내의 여성, 소수자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를 내몰려는 시도는 저지되어야 마땅하다.
통폐합 결정은 부당하다
이번 결정의 근거는 ‘학내 사업의 미비’와 ‘포괄적 주제의 학외 연대 사업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단체는 지금까지 영화제, 인권 주간 부스 등 나름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포괄적 주제의 활동이 문제라 본다면, 기구 통폐합은 외려 기구의 성격을 더욱 포괄적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만일 총학생회가 두 기구가 여성과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길 바랐다면, 어떤 활동이 더 필요한지 제시하고, 토론하고, 이들이 학생들의 더 큰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을 촉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전학대회에 안건을 상정하면서, 두 기구가 학내에서 열린 기후정의 Die-in 퍼포먼스와 학외 윤석열 퇴진 집회, 세계노동절 청년학생 전야제 등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활동들이 각 기구의 성격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면서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학생회가 12.3 계엄을 규탄하고, 4.18 구국대장정에서 국민연금 개악안을 비판한 것들도 사회적 쟁점에 대해 목소리 내고 행동한 것이니 문제 아닌가?
학생들의 행동은 정당하다
오히려 우리는 지난해 12월 학생총회를 통해 계엄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결의한 바 있다. 불의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용기는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기후위기, 민주주의, 노동자의 권리 등 주요 사회 쟁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많은 학우들의 관심과 참가를 촉구한 것이 왜 문제인가? 이러한 문제들은 학생들의 삶과 인권, 미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징계의 진정한 목적은 두 단체가 성실히 활동하기를 바라는 선의에 있지 않고, 진보적 활동과 여러 연대 운동을 학내외에서 편 것을 문제 삼으려는 데에 있다.
진보적 활동에 대한 공격
총학생회는 이미 선본 시절부터 학내에서 인권 관련 목소리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한 바 있다. ‘학내인권단체협의회’는 선본 질의서를 통해 국서 개편을 통해 국서명에서 ‘인권’을 삭제함에 따라 인권 사업 미비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내 인권 관련 특별기구 등과 협력하여 인권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마치 인권 사업을 기업들이 외주나 하청을 맡기듯이 하겠다는 발상도 지지하기 어렵지만, 자신들의 공약이 무색하게도 인권 관련 특별기구에 대한 공격은 학내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위축되길 바라는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총학생회는 특별기구들에 대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일견 투명한 특별기구 운영을 위한 감사기구의 성격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청문회를 열고 사무실 및 물품 등을 봉인 및 조사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이 부여됐다. 압수수색을 연상케 한다. 고려대학교 학생 자치기구 중 그 어떤 곳도 이런 식의 감사를 받는 곳은 없다. 무엇보다 이미 특별기구들은 예결산특별위원회와 전학대회를 통해 감사를 받고 있다. 총학생회는 효율성 증대를 기조로 내세워 놓고는 특별기구들에 대한 압박에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의 권리 보호와 민주적 학생 자치를 지키기 위해 전학대회의 이번 결정은 취소돼야 마땅하다. 또한 총학생회가 학생대표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려 한다면 학생들의 정당한 자치 활동 공격말고, 학교 당국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 등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문제에 진지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특별기구 통폐합 결정 취소하라!
감사위원회 설치 시도 중단하라!
정당한 자치 활동 탄압 말라!
2025.05.13.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