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서울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재학생, 동문,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모여 극우 대선 후보들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됐지만, 여전히 쿠데타 세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으며 극우 후보들이 설치고 있다. 선거 막바지에 들어가면서 극우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이 예사롭지 않아, 많은 이들이 답답함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 열린 두 대학의 기자회견은 선거만 보고 있지 말고 행동하자는 다짐이자 표현이었다.

서울대와 서울시립대에서는 지난 2월 말, 윤석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대학 내에서 추진하려 한 극우 세력에 맞서 맞불 시위가 열린 바 있다.
오늘 기자회견은 그 맞불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과 동문들이 중심이 돼 진행됐다.
마침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기자회견 모두 맞불 시위를 한 장소에서 진행돼 이 대선이 왜 치러지게 됐는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참가자들은 바로 어제 고려대학교에서 이준석이 유세하러 왔다가 학생들에게 항의를 받은 것에 고무된 분위기였다.(고려대 학생들이 이준석의 유세에 항의하다)
그 추운 겨울, 극우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웠던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좌시할 수 없음을 밝혔다.
한 서울대 동문은 “겨울에 추울 때 이 자리에 섰는데, 지금은 여름이지만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참가자들은 쿠데타 세력 옹호와 성별·세대 등 갈라치기, 저질 비방을 일삼는 김문수와 이준석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특히 서울대는 김문수의 출신 대학이기도 하다. 서울대 동문들은 변절한 지 오래된 김문수가 과거 노동운동 경력을 내세우고 있음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소선합창단 대표는 김문수가 전태일을 운운하지만, 김문수의 행보는 전태일의 어머니였던 이소선 여사의 정신을 조금도 닮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74학번 양춘승 동문은 “오늘 김문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돼 그와 함께 학교생활을 했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 선배에게 ‘나는
이는 그 시절을 함께한 동료들조차 지금의 변절자 김문수의 행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서울대 기자회견 중에는 지나가던 학생들이 멈춰 서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박수를 치거나 팔뚝질로 연대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에서는 24학번 수학과 안호진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극우 후보들을 다시 뽑자고 윤석열을 파면시킨 것이 아닙니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호진 씨는 김문수와 이준석이 주장하는 호전적 안보 정책이 외환을 일으키려 한 윤석열과 다를 바 없다며 “그야말로 70대 윤석열, 40대 윤석열”이라 비판했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졸업생 강미령 씨는 이준석이 TV 토론에서 꺼낸 저열한 비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쟁점은 아들의 잘못을 왜 아버지와 그 친구들이 책임져야 하냐는 것입니다. 이준석은 이재명과 권영국 후보, 그리고 진보 진영 전체를 음해하기 위해 일부러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TV에서 그 저질스런 얘기를 꺼내 놓은 것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시립대 분회가 보낸 발언문도 대독됐다.
기자회견 장소에는 지나가며 박수 치는 남학생들, 중년 여성들, 할머니들도 있었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늘 서울대와 시립대뿐 아니라 중앙대에서도 이준석 유세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침묵시위가 있었다. 학생들은 “의혈중앙에 혐오정치는 발붙일 곳 없다”는 팻말을 들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이준석을 규탄했다.
6월 2일(월)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도 극우 후보들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다. 이화여대 학생과 동문, 노동자들은 2월 말 극우 유튜버들이 학내 극우 세력을 비호하려고 맞불 시위 참가 여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일을 잊지 않고 있다. 극우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다면 거리 극우들도 더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극우가 대패하길 바라지만, 극우는 단지 선거로 물리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에게 맞대응하는 항의와 행동이 벌어질 때야말로 극우의 본질이 드러나고, 그들의 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
극우 후보들은 자신의 본색을 감추기 위해 온갖 저열한 비방과 거짓 선동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 분노가 행동으로 전환될 때, 극우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지역 곳곳에서, 대학 곳곳에서 극우에 맞선 항의가 계속돼야 한다.
신촌
김문성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도 극우 반민주 후보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오후 7시에 그 맞은편에서 이준석의 유세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극우 반민주 후보 반대하는 서울 서부지역 사람들”은 이준석 유세 차량이 대기하던 길 건너편에서 6시 40분경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윤석열의 쿠데타를 좌절시키고 파면시켜 열리는 대선에서 윤석열 쿠데타에 동조하거나 반대하지 않은 김문수와 이준석이 설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 기자회견 소식을 보고 참가한 청년도 있었다.
대학생들, 퇴근길 직장인들, 이준석 지지자들로 붐비던 금요일 저녁 신촌 한복판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김문수와 이준석의 극우 본색을 성난 어조로 낱낱이 폭로했다.
김문수가 2019년 국회 난입을 선동한 것, 극우 결집에 앞장서고 있는 일, 계엄은 야당 탓이라며 윤석열의 쿠데타를 옹호하는 것을 통렬히 규탄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준석에 대해서도 계엄 해제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것, 한국을 “자유 진영의 병기창”으로 만들겠다며 군국주의를 부추기는 극우 호전성,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해로운 연금 분리 공약을 내놓은 것 등이 낱낱이 폭로됐다.
적잖은 청년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발언을 경청했다. 박수를 치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기세와 행인들의 호응에 당황한 이준석 유세 차량은 미리 공지한 시간이 됐음에도 유세를 시작하지 못하더니, 결국은 차를 돌렸다. 신촌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포기한 유세 차량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뒤로 돌아가 더 외진 현대백화점 앞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이준석이 등장했다. 자신의 유세 때 항의하는 장면이 전파를 탈까 봐 기자회견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시 유세장 부근에 모여 이준석을 마주 보며 “40대 윤석열,” “시끄러 인마”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를 이어 갔다. “집에 가서 샤워나 해라!” 하고 외친 청년 남성도 있었다. 바짝 약이 오른 이준석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모욕하려고 애썼으나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쳐 들리지 않았다.
지나가던 학생과 청년들이 이 항의를 보고 합류했다. 주최 측에 팻말을 달라며 적극적으로 참가한 청년들도 있었다. 차별과 혐오 선동 정치를 멈추라는 팻말을 만들어 와 항의하는 청년도 있었다.

항의의 기세 때문에 지지자들을 모아 세를 과시하려던 이준석 유세장은 활기가 넘치지는 못했다. 이준석 지지자 일부의 시비가 있었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김문수, 이준석 같은 극우 정치인들이 공론장에서 존중받으며 해악성을 뿜어내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