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구조조정의 전주곡 –
기존 학과 정원 감축 즉각 철회하라
지난 28일, 이화여대 당국이 뇌•인지과학전공, 화학신소재공학전공, 글로벌한국학전공이라는 3개의 특성화 전공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학과 정원을 4.8% (90명)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 이대 관계자는 “추후에는 총 정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이대만의 일은 아니다. 여러 대학들이 올해 4월 들어 서둘러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4월에 마감되는 교육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다.
‘돈 안 되는’ 학과
교육부는 특성화 사업에 발탁된 대학들에게 평가에 따라 재정을 차등 지원한다. 주된 평가 기준은 간단하다. ‘돈 되는 학과를 신설해 집중 투자(특성화)하고, 돈 안 되는 학과는 줄이거나 장기적으로 통폐합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최경희 신임 총장은 후보 소견 발표 때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서서히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한다며 의지를 밝혔다.
신임 총장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구조조정 안은 2023년까지 현재 대학생 정원을 28%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정원을 훨씬 더 많이 감축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된 감축 대상은 이른바 ‘돈 안 되는’ 학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화여대에서도 머지않아 학과 통폐합이 있을 수 있다. 이번 학교의 발표는 학과 구조조정으로 가는 첫 발이다.
교육부와 학교 당국은 특성화 학과를 만들면 대학 경쟁력이 높아져서 취업이 잘 된다며 학생들을 설득한다.
그러나 실제 수년간 여러 대학에서 기업의 입맛에 맞춘 특성화 학과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지만, 연관 산업 전망이 어두워지면 금세 찬밥 신세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학문을 상품처럼 취급하며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고, 단기적 관점으로 마구 재편하는 것은 학문의 안정적이고 고른 발전을 저해하는 비교육적 처사다.
정원 감축 철회하라!
이번에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불만을 고려해 여러 학과에서 1~2명 씩 줄이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2차, 3차 구조조정을 거치면 언제 어떤 학과들이 통폐합 될지 모른다. 4년 동안 몸 담은 학과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아무도 모르는 전공 출신이 될 수도 있다니, 그 과를 선택한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따라서 학교 당국은 학과 구조조정의 전주곡인 정원 감축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