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정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사범대 학생
세월호 참사 6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체제의 이윤 논리가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참사는 304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중에는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조차 학생들을 지키려 배 안으로 뛰어들어간 교사들이 있었다.
기간제 교사인 고(故) 김초원 선생님도 그랬다. 그러나 고 김초원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비롯해 정규 교사라면 기본으로 적용받을 여러 복지 제도에서 제외됐다.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박근혜가 촛불운동으로 퇴진한 후,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는 “딸의 명예를 지키고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각오로 2017년 4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15일 법원(수원지법 민사1단독 박석근 판사)은 “기간제 교원이 국가공무원(교육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유가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올해 1월 8일 2심 재판부(수원지법 민사항소1부 장재윤 부장판사)도 경기도 교육청의 편을 들었다. 여전히 기간제 교사는 죽어서도 차별받고 있다.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도 기간제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고 김초원 선생님에 대한 경기도 교육청의 차별을 인정하고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원이라서 ‘노조 불허’라더니 복지 적용 땐 교원 아니라니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에 따르면 경기도 교육청은 학교가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 보험에 가입시키지 못하게 했다. 수학여행을 갈 때 학생들이 가입하는 여행자 보험도 들지 못했다. 교육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학교와 교육청이 생명보험과 상해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제외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고 김초원·이지혜(또 다른 기간제 희생 교사) 선생님이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이 크게 주목받았다. 학교 비정규직 교·강사들이 정규직화 투쟁을 벌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자 모든 교육청은 2016년부터 기간제 교사에게도 교사들에게 인정되는 복지 제도(‘맞춤형 복지 제도’)를 일부 적용하기로 했다. 경기도 교육청도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 교육청은 고 김초원 선생님에게 이 제도를 소급적용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기간제 교원에게 맞춤형 복지제도를 적용하는 것과 관련한 명백한 법령해석이 없는 데다 교육감의 판단이 차별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가족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에 대한 임용권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교육감이 기간제 교사의 처우와 조건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2012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기간제 교사에게도 이 복지 제도를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법원이 경기도 교육청의 편을 든 것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 결정이다.
2018년 고용노동부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에 구직자와 실직자가 포함됐다며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들어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이 조항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 때도 사용됐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하면 교육공무원이 아니라 하고, 노조를 만들려고 하니 교육공무원이라서 안 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모순인가?
기간제 교사들은 고용 불안을 견디고 과중한 업무도 묵묵히 떠맡으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드라마 〈블랙독〉의 대사처럼 “아이들에게는 모두 똑같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 대상에서 내쳤고, 기간제 교사를 계속 늘리고 있다. 기간제 교사 차별이 계속되는 까닭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잊었고 정규직화 약속도 내팽개쳤다. 그동안 많은 비정규직들이 죽었고 죽음 이후에도 차별받았다.
더는 이런 비극과 부조리가 반복돼선 안 된다. 대법원은 고 김초원 선생님 유가족의 청구를 인정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