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은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끔찍한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싸우다 숨진 활동가 69명을 기리는 데서 시작됐다.
2018년 12월 유엔(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이 노동력을 제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그에 따른 대가를 공정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종과 피부색, 민족과 사회계층에 따라 명확하게 국가의 부를 향유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리하고 있다.”
해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하는 행동이 전 세계에서 벌어졌다. 올해도 미국과 독일, 영국, 폴란드, 그리스 등 수십 개 나라에서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3월 17일 기념 집회가 열린다.
올해 인종차별 철폐의 날 행사는 한국에서 지난해 난민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쟁점이 된 이래 처음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을 배척하자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보듯이, 우리 나라에도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을 퍼뜨리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난민과 이주민을 받아들이면 경제와 치안이 더 나빠지고, 난민과 이주민이 복지와 경제적 혜택을 가로채는 양 호도한다. 그러나 난민과 이주민은 대부분 한국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가며 노동자로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난민은 본국에서 이미 고통받은 사람들인데, 국경을 넘어도 그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앙골라 당국의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온 루렌도 씨 가족은 먼지 가득한 공항에서 80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난민들은 공항 밖을 내딛지도 못하고 강제 송환되거나 구금된다. 2017년 인천공항으로 온 난민 중 고작 10퍼센트만이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도 모자라 난민과 이주민들은 테러리스트, 성범죄자, 일자리 도둑이라고 부당하게 비난받는다. ‘인권’과 ‘평화’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런 편견을 부추기며 난민들의 처지를 더 악화시킬 난민법 개악을 하려 한다.
이주노동자들도 여전히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간다. 지난해 미얀마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는 법무부의 단속을 피해 도망하다 사망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불법입국·취업”을 근절하겠다며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외쳐 온 ‘고용허가제 폐지’ 요구는 외면한 채, 오히려 단기간만 취업을 허용하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강화하려 한다. 지금보다 더 ‘유연한’ 인력 제도를 도입해 이주노동자들을 쉽게 쓰다 버리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자리 부족의 책임을 피하려고 노동계급 내 이간질도 열심이다.
자본은 너무도 쉽게 국경을 넘나든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국경에 가로막혀 죽거나 ‘불법’ 신세가 돼 숨죽이거나 비참한 조건을 강요받는다.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피하려 난민과 이주민 같은 집단에 화살을 돌린다. 내국인들이 이에 반대하며 난민·이주민에 연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3월 17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열리는 집회에 적극 참가하자.
■ 일시 : 3월 17일(일) 오후 1시 30분
■ 장소 :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
■ 주최 : 민주노총 이주노동조합 (연대 :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 지구인의 정류장, 경기이주공대위)
2019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모두의 목소리! 모두를 Respect!”
■ 일시 : 3월 17일(일) 오후 2시 30분
■ 장소 : 보신각
■ 주최 : 난민인권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후원 : 인권재단 사람,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