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선전전에 경비용역, 사복경찰까지?”세브란스 병원 사측의 청소 노동자 노조 탄압 규탄한다
오제하 (연세대학교 학생,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 회원)지난 4월 20일 오전 11시,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세브란스 병원 청소 노동자들과 연세대 학생들, 동문들이 모여 세브란스 병원 사측의 민주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주최했다.
용역업체인 ㈜태가비엠 소속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 사측은 태가비엠에 압력을 넣어 노동자들을 회유 · 협박하고, 보안요원을 통해 감시하고, 노조 간부를 연행하는 등 노조 탄압을 해 왔다.
세브란스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 한 달에 휴일이 두 번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시급을 받고 있으며,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한다.
한 청소노동자는 C형 간염에 걸린 에이즈 환자가 숨져 나간 자리를 청소하다 버려진 수술용 칼에 손을 찔렸다. 1층에 응급실이 있는데도 병원과 용역회사는 가까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다음 계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용역회사로부터 질책까지 받았다. 알바천국에는 거의 늘 세브란스 병원의 청소노동자 구직 광고가 올라온다. 몇 달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악랄한 노조 탄압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려고, 지난 4월 8일 공대위를 주축으로 노동자, 학생들이 ‘창립 132주년 – 통합 60주년 기념식 및 부대행사’에서 항위 시위를 했다. 그런데 연세대 측은 보안요원들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대화 요구를 막았다. 보안요원들과의 충돌로 세브란스 병원 노동자 1명이 부상을 당해 응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4월 20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세브란스 병원 사측의 민주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세브란스 병원 총무팀 과장이 항의시위에 참가한 노동자, 학생들을 채증한 뒤 경찰 측에 연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도 이 집회가 미신고 집회라며 사복경찰을 투입해 해산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학내 집회 및 시위의 자유까지 탄압하려는 행태를 규탄하자, 결국 경찰은 꼬리를 내렸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행사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우리 문제 해결하라!”,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까!” 하고 외쳤다. 그러나 학교 측은 걸그룹의 노래를 시끄럽게 틀고 학교측 고위인사들은 하나같이 피켓을 든 노동자, 학생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보안요원들이 가림막까지 쳐놓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정으로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삶,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는 자들의 모습다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 병원분회 조종수 분회장은 “세브란스 병원 내에서는 ‘민주노총은 안 된다’는, 상식과 법에 부합하지 않는 노동조합 탄압”이 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13일 세브란스 병원분회를 결성한 이후 지금까지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받거나 억압받고 있습니다. 원청인 세브란스 병원 사측은 용역업체에 노동조합 활동을 규제하라는 지시사항을 내리고, 태가비엠은 소장과 감독관, 반장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온갖 협박과 회유를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지금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조 분회장은 기독교 정신 운운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 학교측의 위선을 꼬집었다. “얼마전 입학식에 학생 명예선언에 약자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는 우리 청소 노동자 아니던가요?”
‘세브란스 병원 민주노조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신학과 고영철 씨는 지난 4월 8일 창립기념행사에서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무시된 것을 비판했다.
“4월 8일까지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잘 몰랐다. 도서관을 가던 중, 학교에서 경찰병력을 봤다. 경호요원들까지 불러놓고 경찰들에게 연행까지 요청했다고 들었다. 학생들까지 포함돼 있었는데 이게 합당한 조치인지 의문이 들었다. 발언을 들어 보니 [청소 노동자들은] 고용과 임금 지불에 있어서의 부조리, 비인격적인 언행, 근무 날짜도 상식 수준을 완전히 벗어나는 근무조건 하에 있었다. 나는 제3자 입장인데도, 그 말을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나도 피켓을 들고 시위에 합류하게 됐다.”
법무법인 여는의 이종윤 변호사도 병원 사측을 규탄했다.
“세브란스 병원 사무팀이 용역업체 태가비엠 측에 지시한 내용을 보면, ‘노노 대응 유도 바람’, ‘민주노총 집회에 철저하게 대응 바람’ 등의 말귀가 적혀 있었다.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법 9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그는 경비용역의 학내 선전전 개입에 대해서도, “경비업법의 규정들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을 표현하며 대학 측에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이기원 분회장은 “폭력은 병원 경비용역들이 유발한 것”임을 지적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가입했다며 탄압한 것이 벌써 8개월이 넘었다”며 “책임은 연세대 총장님이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4월 8일 연세대학교 창립 132주년 행사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노동자 · 학생 들과 이들을 막으려고 배치된 경비업체 보안요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