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지부 이대분회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경비 노동자 인력 충원과 근속연수 보장을 주장하며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2월 20일 아침 9시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본관 앞에 집결해 총무처를 향해 항의 집회를 열었다.
△”근속연수 보장하고, 신규 인력 충원하라” 2월 20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경비 노동자들의 집회. ⓒ양효영
경비 노동자들은 그동안 계속되는 인력 부족에 고통받았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몇 년 동안 자연감소분(퇴직자)만큼 추가 고용이 늘지 않고, 건물이 몇 채가 늘었지만 기존 인력이 신축 건물까지 도맡아 왔다고 한다.
2016년 2학기에 대규모 기숙사가 신축됐지만 인원은 늘지 않아, 11개 동을 7명이 경비하고 있다고 한다. 경비 노동자 한 명이 건물 2~3곳을 맡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여러 건물을 맡다 보니 경비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초소를 비우게 되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최근엔 기숙사 학생들이 경비 노동자가 초소를 비운 것에 불안감을 느껴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작년 12월경 취객이 기숙사 담을 넘어 숨어 있던 게 발견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비 노동자는 총무과 팀장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지하주차장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학생들에게 항변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용역업체 에스넷은 인력을 충원하긴 커녕 ‘왜 학교를 들먹이냐’며 이 경비 노동자의 집까지 쫓아와 시말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시말서 강요는 당연히 학교 당국이 압력을 넣은 것일 게 뻔하다.
경비 노동자들의 인력이 부족한 근본적 책임은 원청인 학교 당국에게 있다. CCTV 설치를 통한 인력 절감 등은 학교 당국의 지시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자신은 진짜 사장이 아니고 단지 용역 업체와 계약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온갖 비리에 연루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학교 당국이 여전히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냉담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은 정말 추하다. ‘정유라 비리’는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공정함, 학문적 올바름, 사회적 책임 같은 건 내팽개치고, 사익과 권력을 좇은 사건이다. 학교 당국은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추락한 위신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모범인 모습을 보여도 모자라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비리 교수 처벌도 미적대면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계속해서 오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학교 당국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도 벌어졌다. 학교 당국은 최근 경비 용역업체 에스넷과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는데, 이 때문에 경비 노동자들이 근속연수를 보장받지 못해 연차, 퇴직금이 왕창 깎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에스넷은 삼성의 보안업체인 에스원의 협력업체로, 그동안 이화여대 경비 노동자들은 하청의 재하청으로 고용돼 있었다. 학교 당국과 에스원 입장에선 하청 업체만 갈아치워도 기존 노동자들을 쓰면서 더 적은 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완전히 손 안대고 코 푸는 셈이다.
경비 노동자인 신채우 조합원은 “명문 사립 고등교육 기관이라는 이화여대에서 이런 양아치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집회에선 학교가 책임지고 직고용 해야 한다는 주장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집회에는 노동자연대 이대모임과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도 연대 발언을 했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에 큰 힘을 느낀다며 고마워 했다.
서경지부 이대분회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일 오전 10시 반 마다 본관 앞에서 계속 집회를 열 계획이다. 더 많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