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지탱하기 버거워지는 미국의 패권

미국은 금융 우위와 군사력으로 패권을 뒷받침하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故)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제3차세계대전을 할부로” 경험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할부금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은 갈수록 광범한 차원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군사적 충돌이 번질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군사적 충돌이 일으킨 물자 부족과 물가 상승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에 관한 많은 탁월한 논평들은 군사적 역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에 비추어 현 상황을 바라보면 어떨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코스타스 라파비차스가 《뉴 레프트 리뷰》 이번 호에 기고한 “신(新) 달러 제국주의”에 관한 글이 미국 제국주의의 독특한 지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라파비차스는 미국 패권의 생산 기반이 쪼그라들어 왔다고 지적한다. 1945년에 미국 경제는 세계 제조업 생산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2024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퍼센트에 육박한다. ⋯ 반면 미국의 비중은 약 10퍼센트다.”

그럼에도 미국의 패권은 여전히 경제력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다만 오늘날 그 형태는 금융 시스템의 우위가 중요한 특징이다. 그리고 라파비차스가 지적하듯 그 우위는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래 더 커져 왔다.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단연코 가장 중요한 준비 통화다. 다시 말해, 미국은 마르크스가 말한 “세계 화폐,” 즉 보편적 지불 수단의 발행자로 남아 있다.

그 지위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위기 관리에서 한 구실로 더 강화됐다.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 막대한 달러를 세계 금융 시스템에 쏟아부었다. 세계 금융 위기에 대응하거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처럼 세계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마다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들과 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그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추가로 끌어갈 수 있게 했다. 한편, 미국 국채는 은행들과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거대한 대출 시장의 주요 담보물이 됐다.

이런 환경 덕분에, 규제망 바깥에서 대출을 받거나 해 주는 ‘그림자 은행’이 번창할 수 있었다. 자산운용사들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는 갈수록 많은 생산 자본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은행들과 기업들은 달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덕분에 특별한 이점을 누린다. 달러에 접근하기 비교적 어려운 개발도상국 자본가들은 그만큼 불리한 처지에 있다.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강력한 유럽과 동아시아의 자본주의들은 “생산 능력 면에서는 미국에 맞먹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세계 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세계적 권위를 행사하지 못하고 군사력이 이류에 머무는 현실과 상응한다.” 국제법에 의해서도 강화되는 금융 우위 덕분에 미국 정부는 버릇없이 구는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언제든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라파비차스가 설명한 이런 “새로운 패권 구조”의 또 다른 축은 미국 국방부다. “미국의 공군력과 해군력은 세계 시장의 통합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호르무즈해협, 말라카해협, 바브엘만데브해협,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주요 인도양 항로 등의 핵심 항로를 장악하는 데에 기여한다. 이 항로들이 막히면 세계적 생산 사슬이 끊어진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현재 미국은 그중 가장 중요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항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라파비차스가 인정하듯, “금융적 강압은 군사력보다 더 광범하게 행사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생산력이 결정적이다. 옛 “중심부” 서방 너머로 산업 생산이 확대되면서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위협받고 있다. 이란은 제재로 경제가 피폐해졌는데도 미사일과 드론을 생산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란은 십중팔구 중국과 러시아(라파비차스가 미국의 주요 경쟁국으로 꼽은)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이 사실은 생산의 결정적 중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중국은 군사와 기술 면에서 미국에 상당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분석가들이 지적하듯이, 미국이 이란을 제압하는 데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중국의 대만 재정복도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금융 우위가 무너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사적 격변 속에서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은 막강한 달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대안을 틀림없이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출처: Alex Callinicos: The unravelling of US dollar dominance(Tuesday 24 March 2026, Socialist Worker Issue 2998)

번역: 이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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