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삶을 옥죄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190곳 중 60퍼센트에 달하는 115곳이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다(2월 9일 기준). 대학 당국들은 16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되었다며 인상을 정당화하지만, 이미 등록금은 평범한 대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2023년 기준 OECD 회원국 중에서 국공립대 등록금은 6위, 사립대 등록금은 5위였는데, 물가 인상에 비해 임금은 오르지 않아 한국의 실질임금은 2022년 이후 소폭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 의존도는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체납률은 17.3퍼센트로 12년 만에 최고치였다.
고려대는 2025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등록금을 인상했다. 올해 내국인 학생은 2.9퍼센트, 유학생은 9퍼센트가 올랐다. 학교 당국은 재정 한계를 운운한다. 그러나 고려대의 적립금은 지난해에만 342억 원이 늘어났으며, 총액은 4361억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학 당국이 저항에 나서기 어려운 유학생과 대학원생에게 더 가혹한 인상을 강요하는 것은 비겁한 차별적 처사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사실상 대학 당국이 일방적으로 인상을 통보하는 자리에 불과하다. 실제로 올해 고려대 당국은 등심위에서 비협조적이고 기만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정부도 등록금 인상에 책임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4년 당 대표일 때, 청년의 교육 기본권보장을 위해서 총선 공약으로 국립대와 전문대 무상 등록금, 사립대 반값등록금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정부는 대학들에게 등록금 동결 권고조차 하지 않았고, 내년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폐지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당국들에게는 돈벌이의 길을 터 줬다. 교육 재정이 부족한가? 문제는 재정의 우선순위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핵잠수함 1척 건조비인 3조 원이면 사립대 학생 37만여 명의 1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할 수 있다. 군비 증강에는 2019년 이후 최대 폭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학생들의 교육권은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우리에게는 불의에 맞서 온 역사가 있다. 2000년 전국 12개 대학에서 벌어진 본관 점거 농성은 대학 행정을 마비시키며 재단을 강력히 압박했다. 2011년에도 고려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수천 명이 모인 학생총회가 성사되었고, 이후 이어진 반값등록금 운동의 불씨를 만들어 냈다. 당시 고려대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과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 맞물려 서로의 사기를 높이며 아름다운 연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년 동안 이어진 등록금 인상에 대학생들의 불만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의 92퍼센트 이상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 최근 이화여대, 한국외대, 건국대 등에서는 방학 중임에도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불만이 한 데 모여 항의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더 큰 변화를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은 대학의 ATM이 아니다. 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며, 자본의 논리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교육과 대학의 주인인 학생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함께 투지를 높이고, 각 대학 학생들과 연대하여 거리와 캠퍼스에서 강력한 항의 행동을 만들자.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 비로소 우리의 삶과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
2026년 2월 26일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