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내 직영식당, 카페, 매점 등에서 일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9월 19일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생협 노동자들은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상주하는 학교를 굴러가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생협 노동자들의 1호봉 기본급은 171만 5000원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도 적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음식점 및 주점업에 종사하는 상용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보다 62만 원가량 낮다. 호봉이 상승해도 인상률이 높지 않아 10년을 일해도 200만 원을 겨우 받는다.
적은 기본급을 벌충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특근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협 사측이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면서 특근수당마저 줄어들었다.
서울대 당국은 ‘서울대와 생협은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를 대며 서울대학교 소속 정규직이 받는 명절휴가비를 한푼도 지급하지 않고 차별하고 있다.
생협 노동자들은 더는 ‘최저 인생’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기본급 3퍼센트 인상과 명절휴가비 지급, 호봉 인상률 상향 조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야채보다도 못한 삶”
서울대 당국은 최근 청소노동자 휴게실 개선을 양보했다. 그러나 생협과 기계전기 노동자의 휴게실은 여기서 배제됐다.
또한 청소, 경비, 기계전기 노동자와 생협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에서는 여전히 불충분한 안만 내놓고 있다.
생협의 노동환경도 아주 열악하다. 생협 관리자들은 푹푹 찌는 날 주방 안에서 선풍기도 못 틀게 한다. 선풍기를 틀면 야채가 마른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한 식당 노동자는 “저희가 야채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고 말한다.
동원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에어컨도 없는 1평도 안 되는 휴게실을 8명이 써야 해서, 여름에는 점심 배식 후 식당 바닥에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눕는다. 심지어 여자 휴게실 안에 달린 샤워실을 남녀가 같이 써야 한다.
농생대 식당에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실이 부족해서 주방에 간이 커튼을 달아 흐르는 땀을 씻는다. 그나마 간이 커튼도 지난 달 한 청소 노동자가 열악한 휴게실에서 사망한 일이 있고 난 뒤에야 달아 줬다고 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이런 모욕적 환경을 참으면서 겨우 일하고 있다.
낮은 임금에 더해 높은 노동강도 역시 노동자들을 괴롭힌다. 학생회관 식당 한 곳에서만 약 서른 명의 노동자가 하루 동안 6000명 분의 식수를 준비한다. ‘천 원의 식사’, ‘특식’ 등의 메뉴가 추가되고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노동강도는 더욱 세졌다. 습진이 몸을 뒤덮고 팔목과 팔꿈치를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당 노동자 대부분이 자기 돈으로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일을 한다.
카페 노동자들에게는 식사 시간 30분이 주어지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밥만 잠깐 먹고 와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계) 도입을 이유로 인원을 줄였다. 쉬는 시간은 없다시피 한데 노동강도는 더 늘어버린 것이다. 카페 노동자들의 요구 중 하나가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즉각 지지 성명을 내고 생협 경영진에게 양보를 촉구했다. 많은 학생들이 평소에 보아온 식당, 카페 노동자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하며, ‘그분들은 어떤 대우를 받아도 전혀 아깝지 않다. 꼭 정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하고 응원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식당에 붙인 대자보를 보고는 파업 집회에 참가해 지지금을 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물론 학생들은 식당 이용에 당분간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누려왔던 편리함이 모두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에 의존해 온 것임을 생각한다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도 생협 사측과 서울대 당국은 파업 이후 상황을 해결하려 하기는커녕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에 급급했다. 조리사들이 전부 파업에 참가했는데도, 일부 식당에서는 조리사도 없이 비조합원인 계약직들을 동원해 배식을 강행했다. 이는 식품위생법 위반인 데다가 학생들이 먹는 식단의 위생은 고려조차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