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정(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촛불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반(反)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주 노골적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서 그 고통을 애꿎은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을 구속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구속 사유는 지난 4월 있었던 노동개악에 맞서 국회 앞에서 투쟁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오히려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정부에 항의한 것은 너무나 정당했다.
1500명 대량 해고하는 “사람 중심”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들, 즉 누더기가 된 주52시간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추가 개악, 파업권 약화를 노리는 노조법 개악 등은 전체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와 직결돼 있다.
지지부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도 대표적인 반노동정책이다. 문재인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약속이 요란한 빈 수레였음을 삼척동자도 안다. 예컨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아닌)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처우 개선 없는 무기계약직 전환, 자회사 전환, 턱도 없이 부족한 정규직화 등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은 1500명이 대량 해고를 당했다. 이것이 문재인 식 “인간 중심”의 실체이다.
정당한 투쟁
지난 2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7월 3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우파 언론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게거품을 물고 민주노총의 파업을 까내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숙 투쟁도 문제라며 난리를 치는 꼴은 정말이지 분노스럽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은 너무나도 정당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정규직으로 제대로 전환하라고도 요구한다. 심지어 최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조차 처우 개선이 거의 없거나 차별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이라고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 등에서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학교에서, 공공기관에서, 톨게이트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은 지금 당장 없어져야 한다.
특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임금 인상,조건 개선 ‘이젠 끝’이라는 정부와 교육감들에 분노”(안명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부직본부 본부장)해서 역대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 서울로 모일 예정이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부터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방과후코디 등 ‘비정규직’선생님들까지 “차별 없는 학교”를 위해 저항에 나선다고 한다. 여성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수 년간 온갖 편견과 차별을 뚫고 투쟁에 나서 그 잠재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또한 제대로 된 직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을 비롯한 각종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참가할 예정이다.
지지와 연대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번 파업은 문재인 정부의 약속 파기에 항의해 나서는 투쟁이다. 말한 것 중 지킨 것이 거의 없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가고 있는 지금, 노동자들의 저항은 정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