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장신대 당국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학생 5명에게 징계 처분을 했다. 이 학생들은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채플에 참가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정학 6개월(1명), 근신·사회봉사(3명), 엄중 경고(1명)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장신대 당국은 ‘무지개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함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지개 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가해서 수업을 방해했다고 징계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보장돼야 할 대학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표현을 한 것이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 비판적 사고와 토론을 고무해야 할 대학이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장에 대해 징계로 입막음을 하는 것은 반교육적이다.
장신대 당국은 예장통합 교단의 반(反)동성애 지도자들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징계가 있기 전인 7월 5일 장신대 당국은 교단 내 신학교 최초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반동성애 입학 서약을 실시하고, 반동성애를 더 확고하게 표방하고자 세칙 등을 개정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예장통합 내 반동성애 세력들은 ‘무지개 퍼포먼스’가 있은 뒤 장신대가 학생들을 빨리 징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애에 대한 태도가 미온적”이라며 총장 징계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장신대 당국의 학생 징계는 이에 대한 화답이다.
그러나 장신대 당국이 편승하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는 예수가 추구한 ‘이웃 사랑’과 조금치도 닮아 있지 않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세상의 눈총 때문에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가족과 학교, 직장에서 괴롭힘에 시달린다. 이들 중에선 기독교 신자도 존재한다. 장신대 당국은 천대받는 성소수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지는 못할망정, 이들을 박해하는 데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예수는 당대 사람들이 기피하던 천대받는 집단들과 함께했다. 장신대 학생들의 ‘무지개 퍼포먼스’는 많은 성소수자들(특히 기독교 신자인)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다. 이 퍼포먼스 이후 장신대 학교 게시판에는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미 장신대(예장통합)의 모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는 성소수자를 포용하기로 결정했고, 얼마 전 작고한 전(前) 미국장로교 총회장 잭 로저스는 그의 책 《예수, 성경, 동성애》에서 성경을 근거로 성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낱낱이 반박한 바 있다.
징계 처분을 받은 한 학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행동을 당당히 방어했다. “제 행동이 부정행위를 하다가 걸린, 양심을 저버린 행동이었습니까? 하나님 보기에 부끄러운 행동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양심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장신대 당국은 과연 대학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게 과연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 학생들인지, 성소수자 혐오에 편승하는 자신인지 돌아봐야 한다.
장신대 당국은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