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자 우간다 여성의 난민 신청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됐다. 2014년 한국으로 온 이 여성은 “우간다에서는 동성애가 금지돼 …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1월 14일 대법원은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보기 어렵다며 2심을 파기환송 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이 결정이 그대로 인정되면 이 여성은 강제 송환돼 우간다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 죽음의 공포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 여성은 본국에서 양성애자라는 이유로 체포돼 일주일 동안 구금되고 수사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현재 우간다에서 동성애는 불법이며 최고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 우간다 대통령 요웨리 부세베니는 “동성애는 유전적 결함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 질환”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우간다 성소수자 활동가였던 데이빗 카토는 2011년 집 근처에서 망치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2014년에는 동성애자에게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반反 동성애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법은 우간다 헌법재판소에서 무효로 판결됐지만 계속 비슷한 법안이 국회에 올라오고 있다. 난민 인정에 인색한 한국의 재판부마저 이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간다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하고 각종 차별 대상이 되고 있으나 정부의 사법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2심 판결문 중)
그럼에도 “국가로부터 박해 받을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성소수자의 현실을 외면한 차별적이고 가혹한 결정이다.
지난해 7월에도 대법원은 이집트 동성애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성적 지향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동성애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최근 이집트 정부는 콘서트에서 단지 무지개 깃발(무지개는 성소수자 자긍심을 상징한다)을 흔들었다는 이유만으로 7명을 체포해 고문 수준에 이르는 항문 검사와 처벌을 자행했다.
단지 법원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 난민들이 소송에 매달리게 된 이유가 바로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난민 신청을 접수, 판단하는 법무부가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한국의 난민 신청자들은 이의 제기와 소송을 필수 코스처럼 거친다. 이번 대법원 재판도 법무부가 지난해 7월의 2심을 인정하지 않고 상고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에 지독히 인색하다. 한국으로의 난민 신청자는 2015년 약 5700명으로 계속 늘고 있지만 난민 인정률은 형편없이 낮다. 2014년 난민 인정률은 4.26퍼센트로 OECD 평균 20.6퍼센트보다 한참 낮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한국은 그해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에도 난민 인정률을 높이려는 계획이 없다.
한국의 난민 인정 제도와 절차는 난민에게 매우 불리하다. 난민은 보통 제국주의와 극심하게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피해자들이고 누구보다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임에도 한국 지배자들은 이들을 다시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이나라 활동가가 지적하듯이, 성소수자 난민은 성소수자라는 점 때문에 종종 자국 공동체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아 철저하게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또,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동성 간 성관계 사실을 자세히 진술해야 하는 등 재판 과정에서 모욕적 대우를 받기 일쑤다.
난민 인정을 대폭 늘리고, 난민이 한국에서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권리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난민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완전한 이주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성소수자 난민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마땅히 우간다 성소수자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