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교수회 총회에서 최순자 총장 퇴진 안건이 찬성률 93.5%로 통과됐다. 교수회 정원 690명 중 무려 322명이 직접 총회에 참석했고, 291명은 위임장 등을 통해 총회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여론인 것이다. 박우상 교수회 의장은 “인하대 역사상 교수회 총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총장 사퇴를 의결한 것은 처음”이라며 사안의 중대함을 강조했다.
이 날 총회에서는 ‘한진해운 채권 투자 손실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중간 결과 보고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2015년 2차례에 걸친 한진해운에 대한 투자는 과정뿐 아니라 이후 관리까지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거치지 않았고 투자관리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본교와 교육부의 규정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총장과 학교 측의 담화문과 설명회 등은 거짓이었으며 오히려 이들의 책임이 분명하다는 점이 확실히 드러난 것이다. 기만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총장을 비롯해 관련된 본부 임원들 모두 퇴진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교수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교직원 노동조합은 총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자 총장에게 4월 30일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매일 아침 캠퍼스 곳곳에서 항의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총장 퇴진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을 경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앞으로도 재단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투쟁을 지지하며, 앞으로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통해 더 많은 진실들이 밝혀져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재단에 책임을 묻는 요구가 강조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아직 법적인 문제가 남아있지만, 학생 복지와 교육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돈 130억 원이 위기에 빠졌던 재단 계열사에 투기되어 날아간 것은 변함이 없다. 공과대학 교수회의 성명대로, 재단의 “요청이나 지시가 없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재단인 한진그룹은 수조 원대의 재산을 가졌으며, 민중이 끌어내린 박근혜 정권에게 뇌물을 바쳤던 부패한 재벌이다. 게다가 재단 측은 본교 사무처장 낙하산 인사, 생협 불법 감사 등 학사 전반에 개입해 악행을 저질러 왔다. 학생들은 학교 운영 비용의 50~60%를 짊어지지만, 재단은 3%밖에 부담하지 않고 있다.
재단 계열사에 투기해 날려 먹은 돈은 마땅히 재단이 책임져야 한다. 지불 여력과 책임이 있는 재단이 돈을 지원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할 가장 빠르고도 정당한 방법이다.
최순자 총장은 취임 당시 ‘재단에 할 말 하는 총장’이 될 것임을 선언해 학교 구성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총장은 시늉뿐인 소통을 하며 독단적으로 학사 운영을 했고, 이에 분노해 사퇴한 학교 임원(교수)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제는 ‘재단이 시키는데 어쩌라는 말이냐’ 같은 무책임한 태도로 ‘학교 구성원들에게 안 할 말까지 하는 총장’이다.
게다가 최순자 총장은 18대, 19대 총선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신청했으며,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과 친분이 깊어 시정 요직을 맡은 바 있다. 2014년 말에는 새누리당 등 보수 인사 위주의 시민단체 설립을 상임대표로서 이끌기도 했다. 특히, 2012년 정부 산하 기관장(한국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이사장) 재임 중에는 친인척 채용과 공금 유용으로 감사를 받았지만,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박근혜의 측근인 점 덕분에 처벌을 피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었다.
최순자 총장의 이 같은 출세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보를 고려하면, 총장 직에서 불명예스럽게 조기 퇴진할 경우 정치 활동에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려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130억 원 손실의 실질적 책임자이자 총장 인사권을 보유한 재단 역시 고분고분한 총장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총장 퇴진을 이루고, 130억 손실금을 재단이 물어내게 하기 위해서는 점거와 시위 등의 강력한 투쟁이 수반돼야 한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수개월 간의 본관 점거를 통해 정부와 연계된 정책(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철회시키고 정권의 적폐 인물인 최경희 총장을 몰아냈으며, 이후 민주적 총장 직선제 쟁취를 위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130억 원 손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들의 장학금 확충 요구도, 청소 노동자들의 작디작은 임금 인상 요구도 모두 거절했다. 오히려 이번 교수회 총회에서 드러났듯, 학교 측은 교수들에게 거짓말까지 일삼으며 신임 교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준비를 야금야금 마친 상태였다.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총장은 “기관마다 임금체계가 다른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라며 ‘임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는 궤변으로 답했다. 총장이 넌지시 언급했던 학생/노동자/교직원을 향한 책임 전가가 실로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총장과 학교 측의 독선과 악행을 막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장 퇴진과 재단에 책임을 묻는 요구가 결합돼 강력한 투쟁이 일어나야 한다. 최순자 총장은 퇴진하고 학교와 재단은 손실금을 책임지고 배상하라!
2017. 4. 10.
노동자연대 인하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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