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한국외대 학생,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 회원) 회원이 보고한 한국외대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에서 제11대 총장 후보 선거가 진행됐다. 한국외대는 교수들만이 총장후보 선출권을 가진 교수직선제 형태로 총장을 선출한다. 이번 총장 후보 선거에는 김인철 현 총장이 재출마 했고, 총 8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학점 특혜
총장 후보 선거 절차가 진행 중이던 10월 19일, <국민일보>에 한국외대 학점 특혜 의혹 기사가 폭로됐다. 김인철 현 총장 재임기간 동안 “2012년에 입학한 LPGA 김인경 (골프) 선수에게 ‘파격’ 학점”을 줬고, “학사 경고에도 매 학기 전액 장학금을 지급”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학기 수업의 3분의 1 이상 참여하기 힘들었던” 2013년 2학기에는 ‘조직관리론’ 수업에서 A+를 받았다고 한다. ‘조직관리론’은 바로 김인철 현 총장이 강의하던 수업이었다.
그는 유명 골프 선수에겐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 반면, 2014년 2학기 기말고사 직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빌미로 전 과목 상대평가화를 추진했다.
게다가 그는 노조 탄압을 위해 교비를 횡령한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명을 강행하고 정당하게 저항한 학생들에게 유기정학이라는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반교육적 총장의 재임에 반대하며 “사과하고, 사퇴하라” 하고 요구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학생회들은 특혜 의혹을 규명하라고 요구했지만 김인철 총장은 본인이 후보로 등록해 직무 정지 상태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옳게도 11월 24일 총장 후보 결선투표가 진행되는 날, 투표 진행 장소 바로 앞에서 항의 시위를 조직했다. 급하게 조직됐음에도 학생 50여 명이 모여 “학점 특혜 해명하고 총장후보 사퇴하라”며 투표가 끝날 때까지 세 시간 동안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의 항의 시위에도 김인철 총장은 결선투표에서 52.2%의 득표율로 당선했다. 해당 사건이언론에 폭로되고, 학생들이 항의에 나서서 그런지 그의 지지율은 과반이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학생들은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 “학점 특혜 의혹을 해명할 공개 면담 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했고, 총장은 공개면담을 약속해야 했다.
변명
11월 27일(월)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공개 면담에는 추운 날씨에도 200여 명이 모였다. 학생들은두 시간 특혜의혹에 대한 질문과 항의를 했는데 김인철 총장의 답변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는 특혜 의혹을 인정하며 “관례상 한 것”이라며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리를 뜨는 총장에게 “학점 특혜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교육 총장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학생들이 분노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시험기간에 밤을 새는 건 부지기수다. 아파도 불이익을 받기 싫어 참고 수업에 나간다. 김인철 총장은 이런 방향을 강화하는 정책에 힘써 왔다.
학생들은 정당한 항의 행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학생회 단위뿐만 아니라 개인, 단체 성명서를 게재하고 김인철 총장 연임 반대 연서명을 받기로 했다. 이 연서명은 총장이 최종 임명되는 이사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총장 연임에 반대하는 문화제도 진행할 예정이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이번 총장 후보 선거에 맞춰 자체적으로 투표를 진행했는데 김인철 총장은 고작 2.9퍼센트를 득표해 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교육적 총장 재임에 반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의 행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