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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이화여대] 공개면담에서 실망만 준 김혜숙 총장
‘최경희 적폐’ 청산할 의지 있는가?

공개 면담에서 실망만 준 김혜숙 총장

‘최경희 적폐’ 청산할 의지가 있는가?

 

9월 20일 오후 5시, ‘이화인 요구안’에 대해 김혜숙 총장의 답변을 듣고 직접 김혜숙 총장에게 질의하는 총장 공개 면담이 열렸다. 공개면담의 주요 의제는 등록금, 수업권, 생활 복지 정책, 의사결정기구 민주화, 학생 자치 같은 중요한 요구들이었다.

그러나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개최한다는 총장 공개 면담은 시작 전부터 삐그덕 댔다. 학생들은 공개 면담에 올 수 있는 모든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더 넓은 장소를 요구했었다. 총장 공개 면담 이틀 전, 총학생회 측에선 수용 가능한 규모가 2백여 명밖에 안 되는 장소가 아닌 참석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장소로 변경하라며 총장실 항의 방문을 조직했다. 하지만 김혜숙 총장은 항의 방문을 간 학생들에게 학생들이 마치 생떼를 부린다는 식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이후에 다시 학생들이 요구하는 형식의 자리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 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당일 총장 공개 면담 자리엔 학생 5백여 명이 참가했지만, 그 중 1백여 명은 공개 면담 장소 밖에서 바닥에 앉아 스크린을 통해 참관해야 했다. 학생들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새 이화’를 만들겠다는 김혜숙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처벌되지 않은 비리교수들

첫 토론 주제는 민주적 이화여대를 위한 정책이었다. 중운위는 온라인 프로그램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질의를 대독했다.

첫 질의는 비리 교수들의 징계 상황과 교원징계 관련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최근 류철균, 이인성 등 비리 교수들이 항소심에서 양형을 낮춰 교단에 복귀하고자 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특별감사 결과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므로 비리교수들의 징계를 더 미룰 이유는 없다.

그런데 김혜숙 총장은 ‘최종 법적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 하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며 최종 판결 있을 때까지 학교의 상황을 봐 가며 하겠다’며 ‘회의록 공개는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 논란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주요 이슈만 공개하는 방향이며 투명성과 개방성을 담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 답변했다.

이토록 명약관화하고 많은 학생들의 분노를 샀던 비리조차 처벌할 수 없다면, 이화여대가 독립적으로 갖추고 있는 내부적 징계 시스템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최경희 전 총장의 적폐는 최경희 하나만 이화여대에서 사라진다고 자연히 청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와 연루됐던 모든 비리교수들을 당장 징계해 그들이 다시 교단에 복귀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정책들

‘최경희 적폐’ 중에는 프라임·코어 사업 등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정책도 있다. 과연 김혜숙 총장은 이 문제에 어떤 대안을 내놓는가? 김혜숙 총장은 심지어 또다른 문제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김혜숙 총장은 단과대별 권력의 이양을 통한 민주적 제도를 구축하겠다며 대학 분권화를 임기 중 핵심 의제로 냈다. 대학 분권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양대를 들 수 있다.

2011년 ‘전문경영인 총장’을 표방하며 취임한 한양대 임덕호 총장은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인사와 재정을 각 단과대에 이양하는 구조(단과대학 중심의 자율책임경영제도, 책임예산제도)를 확립했다. 이와 동시에 한양대는 단과대별, 학과별 전면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한양대는 현재 연구, 국제화, 취업률 등의 5개 지표로 학과 평가를 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재정, 인사권, 그리고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자연히 소위 다이아몬드 7학과(미래자동차학과, 파이낸스경영학과, 에너지공학과 등)엔 중심적인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비인기 학문과 기초학과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대학 분권화는 자율성 강화라는 미명 아래 각 단과대가 더 많은 재정과 연구를 위해 경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잘 나가던 학과는 더 잘 나가게 됐고, 시장에서 외면 받던 학과들은 지원 받지 못하고 대학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대학 분권화는 자율화란 이름의 대학 내 신자유주의 경쟁 시스템의 도입인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혜숙 총장이 이화여대 내 ‘대학 분권화’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인지, 한양대와 같은 대학 구조조정의 결과를 낳지 않을 수 있는지 질의가 나왔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한양대 사례를 참조하겠지만 한양대처럼 되진 않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모호한 답변이었지만, 명백히 대학 구조조정과 학과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을 “참조”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려스럽다. 학교 당국은 “대학 분권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시할 예정인지 투명하게 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게다가 2018학년도부터 이화여대는 모든 정시 신입생들을 자유전공으로 뽑고 2학년 때 학과 선택권을 주려 한다. 이는 안 그래도 전임교원 부족, 강의실 부족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리거나, 비인기 학과의 재정/인력 축소를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논리상 비인기 학과에 대한 통폐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교 측의 실질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학교 측에선 당장 내년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이 겪을 혼란과 수업권 문제, 그리고 학과 구조조정의 위험에 대해 그 어떤 대책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았다.

 

적립금•장학금, 수업권

이외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김혜숙 총장과 학교 당국은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을 근거로 재정이 부족하다는 답변만을 되풀이 했다. 학교 당국이 재정 문제에서 아무것도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자, 수업권, 학생 복지 문제 논의도 실질적일 수 없었다.

학교 당국은 자유전공으로 입학할 정시 신입생들의 경우,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릴 경우 그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미 전임교원 부족과 강의실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말이다.

최경희 전 총장 때의 대표적인 적폐 중 하나였던 ‘우수2 성적 장학금’(학점 3.75 이상의 학생에게 50만원 수여) 폐지에 대해서도 복구할 예정이 없냐는 학생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복지장학금을 찔끔 늘리는 대신 성적 장학금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개악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적 장학금 폐지로 피해를 받은 학생들이 복지 장학금 받는 학생들을 탓하게 만드는 이간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학생처장은 ‘성적 장학금 복구는 어렵다’며 대신 ‘성적 장학금은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평점 3.75가 넘는 학생들에게 학장 명의의 상장을 수여하고 이를 성적 증명서에 기록하는 등 ‘명예 포상 제도’를 고려하겠다’ 답변했다. 이 답변을 들은 학생들은 모두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고, 학교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학교 교직원들도 월급을 상장으로 받아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학교 적립금이 몇 년 째 전국 대학 1, 2위에 오르고 있는데 왜 늘 재정 부족을 이유로 학생지원을 안 하냐’는 학생들의 질의에도 재무처장은 ‘적립금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쌓아놓은 기금이므로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대답만 늘어놨다. 설령 학교 당국의 주장처럼 적립금이 기부금에서 나왔다 해도 그 돈을 등록금 인하나 학생들을 위한 복지에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또한 선배들은 후배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학교를 다니기 원하는 마음으로 기금을 냈지, 이화여대 재단의 배를 불리라고 낸 게 아니다.

이외에도 한 학생이 학교 공간 사용 신청 시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냉난방비에 대해 질의하자 학교 측은 ‘ECC는 냉난방비를 부과하지 않으니 그 장소를 사용하라’ 답변하고, ‘경비 노동자 한 명이 두 건물을 맡는 경우가 있다’는 한 학생의 폭로에 ‘두 건물을 맡는 건 작은 건물일 경우’라 대답하는 등 실망스러운 답변들만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또 우지수 총학생회장이 자유토론 시간에 ‘재무 자료 내역에서 예비비 몇 십 억 원이 공란이며 기타 금액도 공란인데, 어떻게 쓰였는지 세부적으로 공개하라’며, 회계 자료의 상세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확답을 주지 않고 확인해보겠다는 답변만 고수했다.

 

진정한 변화는 우리 손으로

장장 3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총장 공개 면담은 그간 김혜숙 총장의 행보를 묵묵히 지켜보던 학생들의 신뢰를 져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후반부 자유토론 시간에 학생들은 성토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가 이전과 달라진 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며 작년과 변함없는 학교의 태도에 항의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문제 해결 의지조차 보여 주지 않고 부족한 학교 재정만을 운운했던 공개 면담은 과연 김혜숙 총장이 자신이 어떤 열망 속에서 당선됐는지 아는지 의심이 들게끔 했다. 학교를 바꾸고자 노력했던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에 학교 당국은 계속해서 미온적인 태도로 못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불가능해 보이던 총장 퇴진과 총장 직선제까지 쟁취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킨 학생들 입장에선 허탈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공개면담은 고작 취임 1백 일 남짓 지난 김혜숙 총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떨어뜨린 자리였다. 학생들은 김혜숙 총장이 개혁을 선사해 주기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 김혜숙 총장이 우리의 변화 열망을 외면한다면, 김혜숙 총장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최경희 전 총장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요구들(장학금 확충, 등록금 인하, 수업권 등)을 쟁취해낼 수 있을 것이다.

  1. 9. 25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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