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교대생 동맹휴업 정당하다
더 큰 연대를 추구하며 교사 수 대폭 확충하자
전국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릴레이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9월 6~7일 서울교대를 시작으로 8일에는 전주교대, 대구교대, 진주교대, 11일에는 춘천교대, 12일에는 광주교대, 13일에는 경인교대, 14일에는 부산교대, 공주교대, 제주대 초등교육과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8월 3일 각 시·도 교육청이 2018학년도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선발 예정 인원(TO)을 사전 예고했는데, 지난해보다 무려 44.9퍼센트(2천7백1명)나 줄었다. 이에 교대생들이 분노하며 중장기 교원수급정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동맹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교육청들은 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드니 신규 교사도 줄여야 하고, 정부가 교사 선발 규모를 유지하게 했던 탓에 임용 적체가 심각하다고 변명한다. 올해 3월 1일 기준 전국에서 초·중등 임용시험 합격자 총 5천24 명이 발령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임용 적체를 마치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처럼 묘사하는 교육청과 언론의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이는 교대생들이 주장하듯 중장기 교원수급정책이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일 뿐 아니라, 신규 교사를 줄여야 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과거 사실을 하나 지적할 필요가 있다. 1974년 교육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10퍼센트 미만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79년 목포, 안동, 군산, 마산, 강릉의 교대들을 폐지하고, 남아 있는 교대들의 입학 정원도 대폭 줄였다. 오늘날 4백여 명의 신입생을 받는 대구교대의 경우 당시 겨우 1백20명만을 모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 본다면, 1970년대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무려 50명대로 ‘콩나물 시루’ 같은 과밀 학급이 심각한 문제였음을 상기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원의 과잉 양성’ 운운한 것이다! 이처럼 신규 교사 정원 문제는 정부의 의지에 달린 일이지,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많다. 2016년 기준 초등학교는 23.6명으로, OECD 평균은 21.1명이다. 중등은 더욱 심각해서 한국 31.6명에 OECD 평균 23.1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는 데만 해도 2020년까지 교사가 약 7만여 명 더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학급 규모가 크면 교사는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토론식 수업, 발표식 수업, 질의응답식 수업, 모둠 수업 등을 시도해 보기보다는 단순한 강의식 수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살펴보고 학습 수준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교육학에서는 학교 교육의 일정한 효과를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는 20±5명, 교사당 학생 수는 15±5명이 좋다고 제안하고 있다.
더 나아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상위 수준으로 맞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수준으로 낮추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OECD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가 그래도 쟤보단 낫지”에서 ‘쟤’를 맡고 있는 한국의 꼴찌 지표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교육부터라도 좀 더 나은 상황을 꿈꾸면 안 된다는 말인가?
정부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급당 학생 수도 낮아질 거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 초등학교 학령아동 수는 정체 세에 들어섰다. 통계청의 전국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교 학령아동은 약 2백74만 명으로 2010년 3백28만 명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2백72만 명이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2030년의 학령아동을 보더라도 약 2백66만 명이 되리라 추정한다.
무엇보다 학령인구가 (정체 세이긴 하지만) 줄고 있는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 ‘N포 세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힘든 현실 속에서 출산 또한 포기하고 있는 것이 학령인구 감소의 근본 원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대생들 또한 취업하지 못해 ‘N포 세대’에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바닥을 향한 경쟁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경쟁이 너무나 심각하다 보니, 몇몇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서울교대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지역가산점을 높여 서울교대생들이 쉽게 임용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며칠 전 지역가산점을 높이자는 논의를 하기도 했고 서울교대 총학생회도 이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
지역가산점제
지역가산점은 1990년대 초 임용시험이 도입되면서 함께 도입됐다. 지역가산점 문제는 서울교대와 나머지 교대들을 분열시키는 쟁점으로 여러 번 작용했다.
어떤 사람들은 각 지역의 교대들이 그 지역의 실정을 잘 알고 지역에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지역가산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없다. 4년간 서울교대를 다니면서 나는 서울 지역의 실정에 특화된 커리큘럼의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부산교대를 졸업한 내 동생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교대라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 지역가산점 문제는 서울교대와 나머지 교대들을 분열시킨다. 여러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 전국의 교대생들 사이에서는 서울교대생들에 대한 불신이 일정 부분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분열해서 이득을 보는 것은 교육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대생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정부뿐일 것이다.
교대생들과 다른 교육 구성원들을 분열시키는 쟁점도 있다.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 강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교대생들이 있다. 이들의 정규직화가 교사 신규 임용을 위한 예산을 삭감시킬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재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공교육비 부담률은 2016년 기준 4퍼센트로 OECD 평균 4.5퍼센트보다 낮다.
그리고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공격에 제대로 맞서지 않으면 교대생들의 처우 또한 공격받기 쉬워진다. 교원 임용 TO를 반 토막 내 놓고는 이에 항의하는 교대생들을 실수로 만들어진 ‘불량품’ 취급하고 있는 정부는 그동안 학교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 취급해 왔다.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들의 투쟁이 성과를 거둔다면, 학교들이 필요한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어렵게 하겠지만, 우리가 정부에 정규직 교원 채용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하기는 수월해질 것이다.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교대생들의 투쟁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노동계급 모두를 위한 것이다. 교대생들의 투쟁에 많은 이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 줬으면 좋겠다. 교대생들 또한 학교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의 정신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노동계급은 단결할수록 강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