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구속영장 기각 규탄
영장 재청구하고 철저히 구속 수사해야 한다
6월 3일 새벽 법원이 정유라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유라가 여전히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영장 기각은 문제다. 정유라는 최순실의 은닉 재산을 알고 있는 측근이다.
삼성과 최순실-박근혜의 뇌물 거래의 핵심 수혜자인 정유라가 자신을 위한 특혜를 몰랐을 리 없다. 정유라는 삼성이 송금한 돈으로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인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의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또한, 정유라는 독일에 시가 4억 원이 넘는 본인 명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돈은 국내의 땅을 담보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이 저금리로 대출해 준 것이다. 이 과정이 국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자금 세탁 과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 때문에 정유라는 지난해 12월 독일에서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화여대 학사 비리에서 면접장에 반입해서는 안 되는 금메달을 가지고 간 것도, 최순실과 함께 학교에 와서 교수들에게 학점 잘 받는 법을 코치 받은 것도, 자신에게 학사 경고를 주의를 준 체육과학대학 학장을 최순실과 함께 협박하러 간 것도 정유라였다. 이제 와서 “부모를 탓”하는 건 가당치 않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공항 기자회견에서부터 지금까지 정유라가 취하는 태도(법적 책임에선 모르쇠, 도의적 책임에선 사죄)는 이미 덴마크에서부터 변호사들과 논의해 짜진 각본일 게 뻔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유라의 혐의들 중 이대와 청담고 학사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만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적용했다. 삼성의 뇌물을 받은 것이나 하나은행 특혜 대출 혐의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학사비리에선 정유라가 주도적인 행위자였다는 의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인데, 정유라는 어쨌든 ‘학부모’인 최순실이 다 한 짓이고 자신은 모른다는 주장으로 빠져 나갔다.
결국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시간을 끌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동안, 검찰은 핵심적 혐의조차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뭐했냐는 물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불평등
이번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유라는 청년들에게 불평등의 상징이었다. 청년들은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탓해”라는 정유라의 말에 격분했고,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중 거의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정유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유라 영장 기각은 밥 먹을 새도 없이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군, 콜 수를 채우지 못해 자살한 LG콜센터 현장실습생, 과로에 시달리다 숨진 혼술남녀 PD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닌 청년들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기도 하다.
정유라의 영장 기각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검찰은 대체로 정권의 풍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자유한국당과도 “협치”를 추구하며 박근혜 적폐에 대한 단호한 단죄 의지를 보여 주고 있지 않은 것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정유라가 구속되지 않는 것은 유전무죄라는 현실을 다시금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정유라 구속영장은 마땅히 재청구돼야 하고 그의 죄는 철저하게 처벌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