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신문 <노동자 연대> 기사이다.
화물연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와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금융·공공부문과 현대차 파업에 이어 화물 노동자들까지 투쟁에 나서면서 정부는 한층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들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 사태와 철도 파업에 이어 화 물연대 파업으로 육 ·해상 물류 시스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유가보조금 지급정지, 면허 취소, 사법조처와 민형사상 책임 등을 협박하는 것은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10월 10일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김지태
거짓말
박근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오물을 뒤집어쓴 비리 부패 정권이, 기업주들의 이윤몰이를 위해 노동자 쥐어짜기에 여념 없는 반노동 정권이 “집단 이기주의”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정부는 그동안 화물 노동자들에게 “연간 1조 6천억 원의 유가 보조금을 지원”해 왔고 “제도 개선을 위해 수차례 진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기름값은 화물 운송의 필수 비용임에도 운송료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기업들 대신 지급해 온 것이다. 실질적인 수혜자는 유가 보조금만큼 운송료를 덜 지급해 온 화주와 운송업체들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진지하게’ 협의를 해 왔다는 말도 뻔뻔하기 짝이 없다. 2003년 5월 파업 때 정부가 약속한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은 13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08년에 법제화를 약속하고 시범 실시까지 마친 표준운임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년간 6차례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양보 약속 → 말뒤집기 → 탄압을 반복했다.
화물연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함께 협의해 왔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국토부는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정책을 논의해 왔는데, 화물연대는 이 자리에서 시종일관 정부의 정책 방향, 즉 수급조절 폐지, 지입제 유지 등에 반대했다.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는 물류·유통 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기구였던 것이다.
물류·유통 기업주 편 들기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쿠팡과 같은 유통기업들과 대형 택배 물류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것이다.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화물차의 톤 급 구분을 없애고, 소형화물차, 택배차량의 수급조절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물차 톤급 상향 조정과 신규 소형 화물차의 증차가 맞물려 수급 조절이 무력화될 것이다. 기업주들은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바닥을 향한 경쟁을 통해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을 강요하려 한다. 새롭게 화물 운송시장에 뛰어드는 노동자에게 신규 차량 투자비용(구입, 유지비)을 떠넘기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를 더욱 압박하려는 것이다.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CJ대한통운, 아시아 최대 물류 스타트업이라는 ‘고고밴’, 삼성SDS 등이 뛰어든 화물정보망(‘화물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금도 화물 노동자들은 화주의 최저 운송료 입찰 요구, 난립하고 있는 운송·주선업체의 다단계 중간착취로 화주가 지불한 돈의 60퍼센트 정도만을 운송료로 받는다. 화물정보망의 확대는 운송료 덤핑, 과적 조장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결국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물류 ·유통 기업주 밀어주기이며, 화물 노동자들에게는 더 극심한 운송료 삭감, 과적, 장시간 노동을 안겨 줄 것이다. 또,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는 도로 위에서 사고 위험을 더 키울 것이다. 단호한 파업으로 박근혜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해야 한다.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차량이 부산항 인근에 줄지어 서 있다. ⓒ김지태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부산항 인근에서 비조합원들에게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김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