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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이화여대 총장 사퇴 운동, 총장 사퇴 후의 대안을 토론해서 내놓아야 한다

ⓒ이미진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대) 미래라이프 단과대 신설 반대 운동은 최경희 총장이 계획 철회를 발표하면서 최 총장 사퇴 운동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최 총장의 특정 정책을 반대하던 것에서 그의 직위 자체를 박탈하는 것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대 운동을 보면서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운동의 활동가들이 기존 ‘운동권’보다 더 전투적이고, 더 공세적이고, 더 원칙적이라는 감탄이다. 그동안 우리는 조직노동자 운동을 비롯한 이러저러한 운동의 지도자들이 운동의 목표를 성취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전투성과 무원칙한 실용주의를 드러내는 것에 거듭 좌절해 왔다. 그러던 터에 이번 이대 본관 점거 운동이 불필요하거나 배신적인 타협을 하지 않고 당차게 운동을 밀고 나아가는 것에 놀라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농성장의 상주 활동가들은 이대 총장 사퇴 운동의 리더십(‘지도부’)으로서 운동의 전술을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먼저, “지도부 없는 느린 민주주의”는 자기기만일 뿐이다. 재학생-졸업생 시위를 계획하고 호소하는 건 지도(리더십)가 아닌가? 세월호 리본, 메갈리아 티셔츠, 위안부 팔찌 착용 등을 금지하는 것은 지도 아닌가? 도대체 비정치적인 순수한 운동이라는 게 있을 수 있나?(‘순수’ 운동론에 대해서는 ‘정치단체의 개입은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는가?‘를 참고하시오.)

만약 최 총장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어떡할 것인가? 또, 교수들을 비롯한 이대 ‘커뮤니티’ 내의 다수 견해가 총장 사퇴 요구에 못 미친다면 세력관계의 열세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교육부가 (계속)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을까? 매스 미디어의 관심은 지속적일까?(매스 미디어는 ‘외부 (정치)세력’의 일부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외부’와의 연대를 거부하면서 왜 그렇게 언론 대응에는 신경쓰는 것일까?)

최 총장 사퇴 후는 어찌 될 것인 것인가? 총장만 바뀌면 크게 달라질 것인가? 미래라이프대 신설 외의 대학 구조조정 프로그램들은 어찌할 것인가? 다른 대학교들의 비슷한 프로그램들은 어찌할 것인가? 이대생은 알 바 아닌가? 도대체 이 운동의 궁극 목적은 무엇인가?

농성 조직자들은 자신들이 지도부임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성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최 총장 사퇴 요구는 7천 명의 캠퍼스 내 야간 시위로 사실상 민주적으로 결정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 총장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집트의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이용해 사실상 재집권해서, 혁명 2년반 만에 반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최 총장이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들 중에는 그 못지 않은 시장주의자들도 적지 않다. 최 총장과는 다른 민주적 대안을 내놓기 위해 농성 지도부는 공개적인 대중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그게 정말 민주주의이고 민주적 리더십(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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