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자 4 · 16연대 상임운영위원인 최영준 동지의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최영준 동지는 2015년 4, 5월에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집회에 참가했는데 검찰은 ‘일반교통방해’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의료 민영화 반대’ 집회에 참가한 것도 문제 삼아 기소를 추가했다. 최영준 동지의 법정 투쟁을 응원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비롯해 십여 명이 방청석을 채웠다.
최영준 동지는 최후진술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의 대의를 방어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와 경찰, 검찰의 역겨운 위선을 폭로했다. 대학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최영준 동지의 법정투쟁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위선자들
최영준 동지는 지난해 ‘쓰레기’ 시행령 폐기 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경찰의 불법 행위엔 눈감은 검사의 위선을 함께 꼬집었다.
“검사는 지난해 4~5월에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 왜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모였고 밤을 새워 농성과 시위를 했는지 전혀 얘기하지 않습니다 … 경찰이 불법적으로 차벽을 세우고 교통 CCTV까지 불법 전용해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음에도 검사는 이런 행위를 처벌하려 하지 않습니다.”
최영준 동지는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가 패배한 것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감추려는 자들을 심판한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은 이와 같은 참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체제의 문제점을 밝히 드러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 안전과 구조의 대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안을 찾기 위함입니다.” 최영준 동지는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친구들을 구하지 못하고 탈출한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한다”고 했다. 나는 대학에서 세월호 운동을 건설하면서 생존학생들을 몇 차례 만날 수 있었다. 언제건 찾아오는 끔찍한 기억과 고통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평범함을 유지해가는 듯한 모습이 느껴졌다. 내가 다니는 대학의 한 교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이 “개념 없”었다며 매도했다. 진상을 밝혀 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은 생존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가 결코 그들의 책임이 아님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최영준 동지는 검사의 기소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정치적 행위”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진정한 책임자들은 법정에 세우지 않고, 부실한 증거로 수사를 종결한 검찰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 드러내려는 사람들을 줄줄이 기소했다. 검사가 내민 “일반도로교통방해”에는 바로 이 점이 숨겨져 있다.
“의료 민영화는 제 2의 세월호”
검사는 무려 2년 전 의료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한 것을 두고 최영준 동지를 집시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했다.
그러나 최영준 동지는 의료민영화를 “제2의 세월호”라 규정하며,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 기자회견”이 정당했음을 주장했다. 의료 민영화 반대를 위한 서명 운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돈 때문에 차별을 당해야 하나?”, “기업들이 우리를 환자로 볼까?” 등등. 이런 절절한 목소리들을 청와대에 전달하려 한 것이 해선 안 될 일인가? 검사의 기소는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의료민영화 반대 운동을 짓누를 대상으로 볼 뿐임을 확인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최영준 동지는 “올해도 이 싸움(세월호 진상규명)을 이어가는 게 정의”이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해 온 자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춰서도 안 될 것”이라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진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러 방청자들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검찰은 최영준 동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정의로운 행동에 동참한 것에 징역 1년이라니 기가 차는 일이다!
지배자들은 어떻게든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을 짓밟으려 하지만 여기에 맞서 싸운 최영준 동지는 무죄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해 참사의 책임자이자 감추려는 범인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이 체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파헤쳐야 한다. 따라서 진상규명 운동도 더욱 가열차게 전진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이뤄내 책임자들이 처벌받을 때, 이 운동이 완전히 정당하다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최영준 최후 진술문
“세월호 진상 규명 방해야말로 진정한 범죄입니다”
저는 지난 모두 진술에서 검사의 기소 내용을 인정할 수 없음을 밝혔습니다. 검사는 2015년 4~5월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항의 행동을 한 행위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였고 밤을 새우며 농성과 시위를 했는지 전혀 얘기하지 않습니다.
유가족을 종북 세력, 자식 팔아 돈 챙기는 파렴치한, 세금 도둑으로 취급하며, ‘세월호는 이제 지겹다’ 등 막말을 했던 새누리당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가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쓰레기’ 시행령으로 특조위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분노한 유가족과 노동자, 학생들이 항의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구호가 바로 ‘감추려는 자 범인’이었습니다. 판사님 현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 물대포와 최루액을 난사하고 집회 시작 전부터 경찰차벽으로 도로를 막은 경찰이 불법 집단이었습니다.
구조에는 그토록 무능한 정부와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하는 데는 유능했습니다. 무엇보다 검사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령해 불법 행위가 벌어진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미 경찰이 불법적으로 차벽을 세웠고 교통 CCTV까지 불법 전용해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이 언론에 폭로됐음에도 검사는 이런 행위에 대해 처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저에 대한 검사의 기소 명목은 일반도로교통방해지만 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고 저항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검사의 비열한 정치적 행위를 인정할 수 없음을 거듭 밝힙니다.
한편, 이번 4 · 13총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이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대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문화제애는 폭우 속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고 안산과 광화문 분향소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난 2년 동안 진상규명을 방해해 온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자축하고 모두가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을 다짐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총선 결과는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의 정당성이 입증된 것입니다.
저는 진상규명이 단지 죽은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함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참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체제의 문제점을 밝히 드러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함이자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안전과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안을 찾기 위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컨트롤타워가 있었는지 되묻습니다. 그래서 진상규명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에 따라 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합니다.
저는 생존자 학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생존자 학생들은 친구들을 구하지 못하고 탈출한 자신을 탓합니다. 그 학생들은 평생 그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을 자책합니다. 그래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합니다. 생존 학생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치유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정부와 여당이 이 과정을 철저히 외면하고 일부는 은폐와 훼방 놓기로 일관했다는 것입니다. 특조위가 한 두 차례 청문회를 보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해수부가 작성한 특조위 조사 방해 문건은 해수부 장차관, 특조위 새누리당 추천 위원,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 조사방해를 위해 어떻게 작전을 짜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는지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해경은 민간잠수사 죽음의 책임을 동료 잠수사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을 부렸고 위증을 위한 작전이나 짜고 있었으니 정말 분노스럽습니다.
2차 청문회에서는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VTS관제센터의 교신기록이 편집, 조작됐고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운항 승인을 받으려고 해경에 현금 등 향응을 제공한 일이 폭로됐습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진상규명에는 아직 접근을 못했습니다. 또 세월호 선체가 인양돼 이에 대한 정밀조사도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유가족들과 416연대,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은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과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이럴진대, 검사는 조사를 방해하고 불법을 저질러 온 자들을 기소하고 처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 유가족과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 이윤 체제가 낳은 참사의 고리를 끊고 안전사회를 위해 이 체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기소하고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무미건조한 도로교통방해 기소 명목에는 바로 이 점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검사가 2014년 8월 19일 의료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집시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한 것에서도 이 점이 드러납니다. 우선 이날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개최한 것은 집회가 아니라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임상시험 규제 완화 등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의료 민영화는 제2의 세월호 입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낳은 규제완화와 이윤지상주의가 의료민영화에 그대로 반영돼 있음을 이해하고 순식간에 2백만 명이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이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원실에 가려는 것을 경찰이 막았습니다. 도로도 아니고 인도로 갔음에도 말입니다. 검사가 제출한 범죄사실을 봐도 시위용품이라곤 기자회견 제목 배너와 서명 용지뿐입니다. 검사는 국민들이 서명한 용지를 한 장이라고 봤을까요? 단언컨대,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명에 동참한 사람들은 “병원에서도 돈 때문에 차별을 당해야 하나”, “기업들이 우리를 환자로 볼까”, “부자들만 국민인가!” 등 분노의 목소리를 줄줄이 냈습니다. “어차피 국민의 소리는 듣지도 않겠지”하는 환멸 섞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전달하려는 것이었고 이를 막고 방해한 것이 바로 경찰이었습니다.
판사님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가 있었습니다.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들, 자신의 친구를 잃고 생지옥 같았던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생존 학생들, 그날의 참사를 지켜봤던 우리들 모두 2014년 4월 16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더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로 애먼 생명이 희생되지 않는 사회, 이윤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사회로 가기 위한 첫 출발이 바로 세월호 진상규명입니다. 이를 방해하는 행위야 말로 진정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바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방해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니 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연하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싸움을 이어가는 게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해 온 자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춰서도 안될 것입니다. 만약 이 법정이 진정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저에게 무죄를 판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