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을 뚫고 나오다

서부지법 폭동부터 이준석까지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이하 국힘갤)에 계엄을 환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후폭풍이 좀 있을 거 같긴 한데 나는 속이 뻥 뚫리는 거 같음,” “반국가세력 척결 진심으로 속 시원하네,” “계엄 포고문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지지할 수밖에 없네.”

2020년 2월 ‘미래통합당 갤러리’로 출발한 국힘갤은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 이후 급성장했다. 국힘갤 전체 게시물의 40퍼센트(164만여 개)가 쿠데타 기도 이후 올라온 것이다.

디시인사이드 내 다른 극우 게시판인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와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빋갤)도 덩달아 이용 수가 크게 늘었다.

국힘갤 전에도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는 있었다. 대표적으로 일베가 있다. 일베는 광주 항쟁 비하, 여성·성소수자 혐오, 성범죄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데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와 극우 운동 부상이라는 맥락 속에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는 더한층 진화했다. 오프라인 극우 세력과의 연결성이 강화됐고, 청년층 일부를 극우 쪽으로 당기는 통로가 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계몽령”으로 자신들을 일깨워 준 윤석열을 찬양하며 오프라인 행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극우 단체들도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화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도 매노스피어(남성계라는 뜻. 반페미니즘 남초 웹사이트와 커뮤니티 일체)에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지지층을 늘렸다.

서부지법 폭동 참가자 중에는 국힘갤 등에서 조직된 청년들이 여럿 있었다. 서부지법 폭동 며칠 전부터 국힘갤·미정갤·빋갤에 폭동 모의로 의심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석열 탄핵 심판 기간에는 광화문·여의도·헌재 앞 극우 집회에 참가할 것을 호소하거나 참가를 인증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국힘갤 등은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발표된 대학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의 주요 홍보 공간이었다. 어느 대학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발표된다는 공지가 올라올 때마다 ‘추천’과 응원 댓글이 대거 달렸고, 더 많은 대학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독려도 많았다.

고려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 때는 제안자들이 맞불 집회 예고에 기가 눌려 시국선언 잠정 연기를 공지했었다. 그러자 국힘갤에서는 시국선언을 강행해야 한다는 글들이 빗발쳤다. 시국선언 제안자에게 직접 연락해 강행을 촉구하는 국힘갤 이용자도 있었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동참하도록 고무하는 것이 최근 극우 커뮤니티의 핵심 특징이다. 그리고 전광훈, 손현보, 황교안,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 자유대학, 탄탄대로 등 극우 지도자들과 단체들은 크고 작은 거리 행동을 조직하며 극우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투지를 뿜어낼 공간을 제공한다.

이제는 극우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키보드 워리어’라고만 볼 수 없다

윤석열이 파면돼도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의 기세는 죽지 않았다. 윤석열 파면 선고일인 4월 4일 국힘갤과 미정갤 등에는 결의를 다지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많은 추천을 받아 ‘개념글’에 올랐다.

“우리가 윤카(윤석열 각하)의 뜻을 이어받아 깨어나지 못한 국민들을 깨우자,” “진실을 알게 된 이상 돌아갈 수 없다. 난 끝까지 싸울 거다. 멸공.”

이어서 4월 5일에는 국힘갤에서 ‘윤 어게인’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힘갤 이용자들은 이 구호에 열광하며 전의를 다졌다.

자유대학은 4월 8일 이태원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과 전국 여러 도시에서 ‘윤 어게인’ 시위를 조직했다. ‘윤 어게인’ 시위에 참가한 극우 청년들은 “짱깨, 북괴, 빨갱이를 죽이자”라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서울 건대입구역 앞 양꼬치 거리에서는 ‘윤 어게인’ 시위 참가자 일부가 중국 음식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대선 국면에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극우 결집의 구심이 된 김문수로 지지를 모았다. 그러면서 소위 부정선거 감시 활동에도 동참했다.

김문수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며 승복을 선언하자, 강경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불복하라”를 외쳤다. 따라서 극우가 선거 불복 운동에 나설 것은 확실하다. 그 규모는 전혀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사실 김문수 자신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내놓으며 선거 불복의 군불을 때 왔다. 자유대학, 부방대, 전한길 등은 지난 주말 서울 도심과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 앞에서 대선 무효 집회를 열었다.

대선 결과가 어떻든 극우의 준동은 계속될 것이고,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일정한 구실을 할 것이다.

2010년대 초반 떠올랐던 일베는 거대한 대중 운동이 박근혜를 퇴진시키자 약화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이 자라나자 극우는 그것을 파고들어 성장했다. 최근 극우 커뮤니티의 부상은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극우의 성장에 맞서려면 온·오프라인에서 폭로 선동과 대중 행동이 결합돼야 한다. 이때 헌정 질서 수호 연합에 발이 묶이지 않은 좌파의 구실이 중요하다.


펨코

극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또 하나의 커뮤니티가 있다. 에펨코리아(이하 펨코)다.

이준석의 별명이 ‘펨통령’(펨코 대통령)일 정도로 펨코에서는 이준석 지지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대선 정국에서는 개혁신당 입당을 인증하는 글, 이준석과 찍은 기념 사진, 이준석 유세 참가 인증 게시물이 많이 올라왔다.

펨코도 안티 페미니즘, 성소수자 차별, 난민·이주민 차별, 반중, 반북 등 극우 성향이 강하다.

민주당에 대한 강한 환멸도 펨코의 핵심 특징의 하나다.

펨코 이용자들 중에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에 투표한 사람들이 적잖이 있는 듯하다. 펨코에서는 자신이 문재인(과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다가 크게 실망했다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준석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든다. 청년들의 고통과 불만, 환멸을 페미니즘·민주당·노동조합·좌파 탓으로 돌리고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을 속죄양 삼는 것이다.

물론 펨코 이용자들은 대체로 윤석열과 윤석열의 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서부지법 폭동 같은 행동을 비난한다.

그러나 펨코의 극우 성향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펨코의 성소수자 혐오, 반중, 반이민 정서도 극우의 요소들이다.

김문수, 이준석 등 반동적 정치인들에 의해 온갖 극우적 주장이 공론장에서 용인될 수 있는 주장으로 포장되고 있다.

출처: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을 뚫고 나오다—서부지법 폭동부터 이준석까지(〈노동자 연대〉 549호,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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