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오전 쿠데타 미수범 윤석열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퇴진을 거부했다. 공교롭게도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날에 윤석열 퇴진 운동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윤석열은 계엄 선포를 야당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정당한 통치 행위였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다. 사람들을 무시해도 유분수다.
윤석열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해 온 선관위 선거 개입 음모를 내세우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도 했다. 우익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이미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때 극우 시위대 수만 명이 윤석열을 방어하려고 광화문에 모였다.
윤석열은 탄핵 심판을 대비해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 탄핵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악착같이 쿠데타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이런 자가 여전히 군통수권을 쥐고 있다. 쿠데타 동조자들이 여전히 정부·여당과 군부에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쿠데타 시도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1973년 칠레의 국방부장관 피노체트는 쿠데타 시도에 실패한 지 3개월 뒤 다시 참혹한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윤석열뿐 아니라 정권 자체를 끌어내려야 한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이집트민중은 무바라크를 끌어내렸지만, 그 측근들은 여전히 국가 기구 곳곳에 남아 있었다. 결국 무바라크의 측근이던 엘시시가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혁명을 파괴한 뒤 집권해 끔찍한 독재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도 대통령 직무대행 황교안과 국방부는 친위 쿠데타를 모의했다.
이번 토요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온갖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변수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저항은 계속돼야 하고 훨씬 커져야 한다.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전 민중적 항쟁을 벌여야 한다.
윤석열을 퇴진시킬 힘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을 몰아낼 진정한 힘은 노동자와 학생 등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에 있다.
12월 3일 계엄의 밤, 무장한 계엄군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의 즉각적 저항이 없었더라면 쿠데타 세력이 국회를 장악했을 것이다.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며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심야 시간에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역이다.
1960년 4월혁명,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 그리고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까지 보통 사람들의 자기 행동이야말로 역사를 좌우하고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확대해 온 진정한 힘이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토요일 국회의사당 앞 100만 시위는 윤석열 퇴진 투쟁이 훨씬 커질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윤석열과 그 일당을 완전히 몰아낼 때까지 매주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나서자
윤석열은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려다 벌집을 건드렸다.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가 우리 대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학생들이 들고일어나고 있다.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에서 2000명을 훌쩍 넘는 학생들이 심야까지 자리를 지키며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윤석열에 맞설 것을 결의했다. 여러 대학이 학생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숙명여대, 한국외대, 부산대 등 전국 수많은 대학들에서 시국선언 물결이 일었다. 학내 게시판은 윤석열 퇴진 대자보로 뒤덮이고 있다.
윤석열을 향한 학생들의 분노는 캠퍼스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토요일 국회의사당 앞 100만 집회와 매일 저녁 열리는 퇴진 집회 참가자의 상당수가 학생들이다.
12월 13일 금요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전국 30여 대학 총학생회와 ‘비상계엄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이 공동주최하는 ‘학생총궐기’ 집회가 서울 신촌에서 열린다.
학생들은 거리 집회와 행진에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군부 독재에 맞섰던 중장년 어른들은 우리 대학생들이 대거 거리로 나오는 것을 보며 큰 힘을 느끼고 있다. 노동조합 깃발과 조끼를 입고 나온 노동자들도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힘이 있다
거꾸로 윤석열 퇴진 운동도 우리 대학생들을 고무하고 있다.
최근 본관 점거를 해제한 동덕여대에서 투쟁이 재개됐다. 11일 학생 650명이 모여 학내 시위를 벌였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윤석열 퇴진 운동에 나서는 학생들에게도 고무적인 소식이 될 것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학내 시위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계엄령 이용한 학교 규탄한다”고 외쳤다. 동덕여대 당국은 계엄령 선포 이후 혼란을 틈타 사설 경비업체를 동원해 본관 출입을 통제했다. 계엄 상황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계엄령을 본관 점거를 해제시킬 기회로 여긴 것이다. 도무지 교육기관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한동훈 등 우파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투쟁을 맹비난한 바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점거라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반정부 대학생 정서가 대규모 행동으로 비화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권력자들은 학생들의 투쟁을 두려워 한다. 1968년 학생들의 저항은 세계적으로 번진 68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학생들의 전투적 투쟁으로 자신감을 얻은 프랑스 노동자들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벌여 지배자들을 위협했다. 1960년 4월혁명과 1987년 6월항쟁에서 대학생들의 투쟁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1960~70년대 미국 대학생들의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지배자들에 일격을 가했다. 올해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운동은 학살 국가 이스라엘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켰고, 학살을 지원해 온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정치 생명을 끝장냈다.
학생들의 투쟁은 힘이 있다. 그 힘을 발휘해 윤석열과 쿠데타 동조자들을 날려버리자.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자. 학내 시위를 벌이자.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자.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에 모두 모이자. 토요일 여의도에서 지난 주보다 더 큰 저항을 벌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