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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청년·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총선 결과: 변화 염원이 거대함을 보여 주다—그러나 변화는 위로부터 오지 않는다

제22대 총선은 확연한 윤석열 정부 심판 선거였다. 국민의힘은 의석수가 현재 114석에서 108석으로 줄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의 63퍼센트를 차지했다.

1992년 총선 이후 투표율이 가장 높았을 정도로 윤석열 정부 찬반 양측이 최대한 결집하는 첨예한 양극화 선거였는데, 윤석열 정부 심판 정서가 훨씬 강했다.

이는 압도적으로 민주당,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에 대한 투표로 표현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의 정당 득표를 비교하면 400만 표나 차이 난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미래통합당)이 참패할 때는 국가 통제가 극도로 강화된 코로나 비상 시기에 야당이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에 대한 환멸을 이용해 2년 전에 정권을 탈환했고 뒤이은 전국 지방선거에서도 크게 이겼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경제 침체 속 물가 인상 등 생계비 위기 심화, ‘입틀막’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반대파 억압, 홍범도 흉상 철거 등으로 대표되는 극우 행보, 친미‍·‍친일로 나타난 서방 제국주의 지원 노선, 일가족‍·‍측근 비리 감싸기 등에 대한 반감이 차곡차곡 쌓여 왔다.

윤석열은 총선에서 이기려고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극우 행보와 공격적 언사를 줄이고 측근 한동훈에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겼다. 올 1월부터는 이른바 민생토론회를 24차례나 열면서 지역별 개발 공약을 남발했다.

이런 시도들은 큰 효과를 못 냈다. 이 점은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이나 성남시 분당 같은 부촌이 아닌 선거구에 출마한 내각‍·‍대통령실 출신자들이 대부분 낙선한 것에서 드러난다.

대표적 사례로, 친미‍·‍친일 외교를 이끈 박진(전 외교부 장관),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책임자들인 박민식(국가보훈부 장관)과 신범철(국방부 차관), 김건희 개발 특혜를 주려던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낙선했다.(신범철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의 일부이기도 하다.)

여당은 보수‍·‍우파를 결집시키고 야권 지지 유권자들의 투표 의욕을 꺾으려고 진흙탕 작전에 올인했다.

우파가 결집한 데다, 환멸을 자아낸 문재인 정부가 불과 2년 전이었다는 점 덕분에 국민의힘은 수도권의 많은 선거구에서 표차를 꽤 좁혔고, 부산 지역구들을 지킬 수 있었다. 까딱했으면 실제로 100석 이하 성적이 나올 뻔했다.

민주당

민주당은 대승을 거둔 지난 총선과 거의 비슷한 성적을 냈다. 전임 정부의 배신으로 환멸을 안겨 주는 바람에 2년 전 정권을 빼앗기고 지방선거도 참패했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환멸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시민‍·‍사회단체 원로들, 진보당, 군소 개혁주의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구축했다. 지역구는 후보 단일화, 비례는 연합 정당으로 대응했다.

이런 연합은 반사이익을 얻기 쉽게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실제보다 더 개혁적으로 보여서 대중의 변화 염원을 포섭하려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자 중에는 민주노총 출신 2명을 포함해 노동운동가가 4명이나 있다.

이런 덕을 지역구에서도 봤다. 노동계급 밀집 거주 지역들인 경남 창원 성산과 울산 동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됐는데,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최초 당선이다. 두 지역에서 각각 녹색정의당 후보, 노동당 후보가 7~8퍼센트대를 득표했는데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사실 노동자 정당인 진보당 덕을 본 것이다.

윤석열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갈등 중인 상황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2번 후보에 주러시아 대사 출신자를 공천한 것도 시사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당 득표 자체는 4년 전보다 줄었다. 거의 압도한 수도권에서조차 12명이 5퍼센트 이내 표차로 당선됐다.

청년층 다수의 환멸감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반영한다. 그리고 중간계급 지식인층 속에서는 윤석열과 맞서는 데서 민주당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정서가 있다. 그 일부가 자유주의적 방향으로 더 급진적인 조국혁신당을 찍은 듯하다(왜 그런지는 아래에 설명됨).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여대야소 정부였지만 개혁 배신으로 환멸만 줬다. 아래로부터의 급진적 대중 투쟁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총선 결과를 이용해 광범한 정치적 투쟁, 생계비 위기에 대한 저항 등을 시작할 때다. 윤석열이 당분간 총선 패배를 적당히 무마하면 곧 공격을 재개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조국혁신당의 약진과 제3지대 정당의 실패

5년 전 조국 당시 법무장관이 자녀 입시에 관련해 계급 특권을 행사했던 일이 드러나서 많은 청년들에게 불신과 의혹을 샀던 일을 떠올려 보면,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윤석열 정부 2년을 대중이 얼마나 지겹고 끔찍하게 여기는지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임을 알 수 있다. 5년 전 조국 수사를 주도한 자가 바로 이번에 국민의힘 선거 운동을 이끈 한동훈이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민주당보다 더 선명하게 반윤석열을 내세워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 상당수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3년도 길다”는 슬로건은 윤석열 2년이 너무 지긋지긋한 대중의 마음을 시원하게 대변했다.

조국혁신당의 선전은 제3지대 정당들의 실패와 대비된다. 제3지대 정당들은 모두 양극 정치를 극복하자고 했는데, 이것이 변화 염원 대중에게 의미하는 바는 윤석열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완화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노동계급의 요구와 염원을 충분히 대변하는 정당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국회 탄핵을 주장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면에서 급진적 면모를 드러냈지만, 강령, 후보 면면, 공약 등에서 친노동적이거나 좌파적이지 않다.

강령에 ‘노동’이란 단어 자체가 없고, 비례후보 20명 중 노동운동 출신 후보가 하나도 없다. 한국노총에서 유일하게 윤석열 퇴진 입장을 채택한 김만재 금속연맹 위원장이나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를 이끌어 온 촛불행동 공동대표들이 이 당의 비례후보에서 탈락했다.

오히려 검찰 내 반윤석열파 부부로 유명했던 비례 1번 박은정 후보는 남편이 변호사 수임료로 1년 만에 수십억 원을 벌고도 그것이 전혀 특권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한 비례 후보는 지역 TV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민주노총 구제법이라고 비판했다가 사과했다.

사회연대임금제 공약은 지지층 일부의 반발도 샀다. 이 공약은 임금 격차 해소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임금 인상을 억제한 대기업에게 감세 혜택을 주는 친기업 공약이다.

이런 한계와 모순에도 조국혁신당이 선전한 것은 사실 녹색정의당의 약점에서도 반사이익을 일부 얻은 것이다.


녹색정의당의 부진과 진보당의 회복

이번 총선에서도 좌파 정당들의 존재감은 약했다. 그러나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녹색정의당은 의석을 다 잃었지만, 진보당은 3석으로 원내에 다시 진입했다. 국회에서 진보정당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표 좌파 정당의 역할이 정의당에서 진보당으로 바뀐 것이다.

진보당은 8년 전 2석을 얻은 것보다 더 나은 성적이다. 민주당과의 인민전선(역사적 용어인데, 좌우합작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다) 체결이 선거 성적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처럼 계급을 초월한 국민적 연합은 선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이 일정 수위로 오르면 그것을 억제하려 들 것이다.

진보당 출신으로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당선한 2명은 모두 민주노총 출신이다. 그리고 울산 북구에서 윤종오 후보가 국민의힘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윤종오 후보는 6만 3188 표를 얻었는데, 8년 전 자신이 당선될 때나 4년 전 민주당이 당선될 때보다 8000여 표가 더 많다.

진보당도 민주당 덕을 봤지만, 창원 성산과 울산 동구에서 진보당이 지지한 덕분에 민주당 후보가 지역구 최초로 당선됐다.

그런데 진보당은 울산 동구에서 노동당 이장우 후보와 진보 3당 간 후보 단일화를 한 상태였다. 북구 윤종오 진보당 후보가 민주당 지지를 얻기 위해 진보당이 동구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좌파 간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총선 후 민주노총 간부층 안에서 좌파 정치조직들 사이의 갈등은 더 커질 듯하다.

그동안 선거에서는 정의당이 대표적인 좌파 정당 구실을 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녹색정의당은 정당 득표가 그 전의 5분의 1 수준인 60만 표로 쪼그라들었다(4년 전 정의당은 270만 표를, 녹색당은 5.8만여 표를 얻었다).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얻은 90만 표조차 지키지 못한 것이다.

녹색정의당의 지난 4년간의 실천이 변화 염원 대중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핵심 요인은 노동자 운동과 거리를 둬 왔고, 젠더 갈등 유발형 페미니즘에 추파를 던져 계급투쟁의 파편화 조장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의당은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반동에 저항하는 투쟁을 힘껏 지지하려는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과의 밀당 속에서 기회주의적으로 동요해 왔다.

녹색정의당은 그 결과, 반윤석열조차 제대로 못하는 정당으로 비쳐지며, 한때 300만 명에 육박하던 지지층 대부분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에 빼앗긴 것이다.

총선 직후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사람들이 윤석열 심판의 수단으로 녹색정의당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점에 대한 자성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경제 침체 속에서 생계비 위기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반윤석열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노동계급의 기초적인 사회경제적 요구와 그런 투쟁을 흠뻑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정의당의 실패는 노동계급적이지 않은 급진주의로는 조국혁신당 식의 급진주의를 당해 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버터 맛 나는 마가린보다는 버터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당은 울산 동구에서 반윤석열 정서가 민주당으로 쏠리는 압력과 진보당의 민주당 지지 때문에 악전고투를 했다. 압착 상태에서도 8.9퍼센트나 득표한 것은 결코 적은 표가 아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주요 산별노조 위원장들이 모두 내려가 이장우 후보를 지원했지만, 장차 민주노총 안에서 ‘진보당 문제’를 놓고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2024년 4월 11일

노동자연대

 

출처: 총선 결과: 변화 염원이 거대함을 보여 주다—그러나 변화는 위로부터 오지 않는다, 〈노동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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