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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에너지 위기 속에서 화석연료 사용 늘리는 지배자들

오선희

지난해 11월에 열린 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는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적한 것처럼 “말잔치”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그 알량한 말잔치마저 없었던 일인 양 노골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석탄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이런 추세가 강화됐다. 그러나 그전에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는 약속 따위는 지킬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기후 리더’를 자처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COP26이 끝난 지 불과 4일 뒤인 2021년 11월 17일, 멕시코만 일대 32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을 석유·천연가스 기업들에 제공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워싱턴 포스트〉, 2021년 11월 17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아예 미국 연방환경청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 정부는 북해에서 신규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기후 운동 단체 ‘스탑 캄보’ 활동가 로런 맥도날드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석유·천연가스 사업이 30개 이상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하자 석탄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연합의 석탄 소비가 2021년 14퍼센트, 2022년 7퍼센트 늘 것으로 예상했다.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이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 정부는 최근 석탄 발전 확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독일에서 최장 2024년까지 운영 기한이 연장되거나 재가동이 예정된 석탄발전소는 총 21곳에 달한다.

구제불능 자본주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팬데믹과 불황, 전쟁 등으로 요동치면서 가뜩이나 꾀죄죄하던 주요 선진국들의 기후 위기 대응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석탄 사용량도 늘고 있다. IEA는 중국에서 2022년 상반기에 코로나19 봉쇄로 석탄 수요가 3퍼센트 감소했지만,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30년이 돼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 4월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때 이른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인도는 올해 들어 문을 닫았던 탄광 100여 곳을 재가동하고 7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을 수입했다. 인도의 올해 석탄 수요는 지난해보다 7퍼센트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에 신규 석탄발전소 두 곳(신서천, 고성하이)이 가동을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영구 폐쇄된 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의 재가동을 검토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일단 보류했다. 하지만 7월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석탄 발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며 석탄 발전 확대에 여지를 남겼다.

윤석열 정부도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려 한다. 2021년 새로 가동을 시작한 신서천화력발전소 ⓒ출처 한국중부발전

기후 변화의 파괴적 효과가 세계 경제 전체, 심지어 기업주들의 이윤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지만, 지배자들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이들의 대응이 자본주의적 방식, 즉 이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기후 위기를 가속할 뿐이다.

기후 위기를 멈추기 위한 합리적 대응, 즉 국제적 협력과 충분하고 신속한 재정 지출, 무엇보다 화석연료와의 단절은 자본주의가 아닌 완전히 다른 원리로 운영되는 사회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천문학적 이익 거둔 화석연료 기업들

기후 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기업들은 전쟁과 에너지 위기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다.

석유기업 엑손은 2022년 2분기에만 178억 5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배 규모다. 셰브런, 쉘, 비피, 토탈 등 주요 다국적 석유기업들이 모두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한국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무려 4조 7668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름값을 대폭 올려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가 상승의 부담을 떠넘기고 막대한 이윤을 남긴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일각에서 제기하듯 횡재세를 거둬 평범한 사람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런 조처는 너무 미약하다. 기후 위기를 멈추고 그로부터 생겨나는 고통을 근본에서 제거하려면 그보다 훨씬 급진적인 조처, 즉 이들의 기업 활동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도전하는 운동만이 그런 조처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https://ws.or.kr/article/2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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