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양 연세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들(무기계약직)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은 재외교포, 외국인학생, 선교사,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연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이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대학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평균 시급은 3~4만 원 수준이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의 시급은 그보다도 낮은 2만 5000원이다. 근속이 쌓여도 최대 3만 5000원이다. 학교 당국은 코로나로 강의 수요가 줄었다며 수업 시수를 반토막 내고 임금을 보전해 주지 않았고, 강사들의 임금은 더 줄었다.
강의 외 노동도 문제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회의, 수업 준비, 각종 행정 업무와 민원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심지어 주말에 무급으로 학교 행사에 동원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한국어학당 강사들이 월 60~70만 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수입을 보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5월 18일,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에 맞선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민주노총 대학노조 연세대한국어학당지부 최수근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어학당은 세계 최고의 한국어 교육 기관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교육의 선봉에 서있는 교육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형편 없습니다. 우리는 100만 원이 넘을까 말까 한 월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가족과 친구들 앞에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고 남몰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저임금에 강의 외 노동까지
25년차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인 전지인 조합원도 ‘세계 최고의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노동자 대우는 최저라고 꼬집었다.
“한류 붐을 타서 학생 수가 급증해 매일 6~8시간 수업을 했을 때 학교는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최우수 한국어교육기관 상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강사들에겐 조금의 보상이나 수고 표시도 없었습니다.”
매 학기 학생 2300명이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수업을 듣는다. 외국인 학생들이 주로 듣는 수업의 수강료가 학기당 170~180만 원에 이르는 만큼, 학교 당국이 한국어학당을 통해 올리는 수입도 상당하다. 그러나 강의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방 월세 내기도 힘든” 수준이다.
한편, 학교 당국은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며 노동자 간, 노동자·학생 간 이간질을 부추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이경자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는 우리와 마주앉으면 우리더러 희생하라고 늘 말합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학교 당국이 강사들을 우리 청소·경비 노동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주면서 부려먹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부자 대학’으로 꼽히는 연세대에 돈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2020년 연세대 연평균 등록금은 893만 원으로 전국 1, 2위를 다툰다. 2019년에는 홍익대 다음으로 적립금이 많은 대학으로 꼽히기도 했다(6371억 원). 더구나 서승환 총장은 5월 8일 창립 136주년 기념식에서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 해 약 1000억 원의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며 자랑했다. 진실은, 학교 당국이 차고 넘치는 재정을 학생·노동자들에게는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어학당 강사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처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10월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6개월 동안 학교 당국은 무성의한 태도로 노동자들을 무시했다. 이에 민주노총 대학노조 연세대한국어학당지부는 18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임금 인상과 강의 외 노동시간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열악한 저임금을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상하라는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강사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