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버마) 군부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선 10대 소년을 비롯해 시위대 2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2월 23일 현재까지 군부의 탄압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다쳤다.
군부에 맞서 싸우다가 스러져간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이들의 염원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민주주의를 옥죌 반동적 군사 반란이다. 군부는 그나마 있는 민주적 권리도 제한하고, 사회 통제를 더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월 22일에는 수백만 명 규모의 총파업이 벌어져 미얀마 대부분이 완전히 멈췄다(‘22222 시위’). 이날의 대중 파업은 군부의 지배에 맞서 위력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뿐 아니라 새 세대 젊은 청년과 학생들도 쿠데타에 맞선 저항의 중요한 일부다. 지난 수십 년간 군부에 탄압받던 로힝야족 등 소수민족들도 시위에 나섰다.
미얀마 민중들은 1988년에도 군부에 맞서 강력한 거리시위와 파업을 벌인 역사가 있다. 미얀마 민중들은 ‘AGAIN 1988’을 외치며 다시 저항에 나섰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타이 민주주의 운동의 ‘세 손가락 경례’를 차용한 데서 보듯, 이 운동은 타이 반독재 투쟁과 홍콩의 대중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얀마 군부에 맞선 시위는 국제적 운동의 일부인 것이다.
광주항쟁 등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는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미얀마 대중의 투쟁은 큰 영감을 주고 있다.
“반인류적 범죄를 잊지 말자! 용서하지 말자!”
한편, 연일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국제사회’의 개입은 결코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 수 없다.
미국과 유럽 몇몇 정부가 미얀마 군 장성 일부에게 제재를 가했지만, 서방 지배자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니라 미얀마를 둘러싼 지정학적·제국주의적 이해관계다.
1962년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벌어져 군부 독재가 들어섰을 때, 이를 승인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가 중국과 손을 잡으려 하자 그제서야 군부를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하는 척 하는 것도 위선이다. 문재인은 2019년에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와 만난 자리에서 로힝야족 학살을 “국가 통합을 위한 노력”이라고 두둔해 줬고, 경제협력기금 10억 달러를 약속한 바 있다. 미얀마가 문재인과 한국 지배자들에 중요한 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동남아 진출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의 교훈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진정한 희망은 대중의 자기 행동에 있다는 것이다.
1988년 군부 독재에 맞섰던 ‘8888’ 항쟁 당시에도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잇달아 벌어져 군부를 한 발 물러서게 했다.
반면에 당시 아웅산 수치는 자유 선거 보장을 약속한 군부를 믿자며 대중 행동을 자제시켰다. 그러나 일단 파업과 시위가 잦아들자 군부는 선거 결과를 무효화시켰고 아웅산 수치는 연금됐다. 아웅산 수치는 집권 후에도 군부와 타협해 왔고, 이번에도 수치가 이끌어 온 민족민주동맹(NLD)은 “군부에 탄압 명분이 될 수 있다”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군부는 학살 위협을 하며 대중 저항을 위축시키고 적당히 타협을 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이미 1988년과 2007년에 군부는 각각 3000여 명, 6000여 명을 사망케 한 대학살을 저지른 바 있다.
청년을 비롯한 거리 시위대와 노동자들의 저항이 군부의 학살 위협에 굴하지 않고 더 크고 강력하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파업을 지속하고 군부의 폭력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조직을 만드는 것이 사활적이다.
미얀마 군부의 반동적 쿠데타와 유혈 진압을 강력 규탄한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미얀마 민중의 저항을 지지한다! 미얀마 민중이 군부의 잔혹한 학살 위협에 굴하지 않고, 승리하길 바란다.
2021년 2월 23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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