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이 마무리됐다. 주요 대학에서 학교측과 노조가 얼추 합의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대학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꼼수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 올해는 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등에서 이런 공격이 벌어졌다.
대학들은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쌓아 놓은 적립금은 각각 수천억 원에 이른다. 특히 연세대는 2018년 적립금이 2017년보다 약 380억 원이나 늘었다(대학 알리미). 대학들이 그 많은 적립금 중에서 10억 원만 써도 노동자 40~50명을 충원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이렇게 뻔뻔한 대학들의 비용 절감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은 항의에 나섰다.
올해에는 연세대에서 퇴직자 규모가 가장 컸다(청소 16명, 경비 16명). 그래서 올해 투쟁은 연세대가 중심이었다.
약 한 달간의 학내 집회와 홍보 활동 끝에 노조는 미화 노동자 8명을 신규채용하기로 합의했다. 경비 노동자 퇴직자 자리는 하나도 채우지 않기로 했다.
여러 노동자들이 우려하듯이,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인력이 줄면 나중에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할 것이다. 이 방식은 노조의 반발을 줄이며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호텔업 등에서 써 오던 것이다.
한편, 연세대 경비 노동자들은 근무 체계가 변경됐다. 기존에는 24시간 맞교대로 일했는데, 이제는 오전 7시에 출근하고 밤 10시 30분에 퇴근한다. 심야 시간의 건물 경비는 초소 경비 노동자들이 나눠 맡게 됐다. 경비 노동자들은 근무 체계 개편으로 노동시간이 줄어 임금이 대폭 삭감될 것을 걱정했는데, 시급이 조금 올라 지난해 월급보다 4만~5만 원 삭감되는 선에서 그칠 듯하다.
다만 인력이 줄어 야간 시간의 안전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연세대에서는 경비 노동자들의 빠른 발견과 대처로 화재 사건 등이 커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대학들이 확대하려는 무인경비시스템(CCTV)로는 이런 상황 대응에 한계가 명백하다.
이처럼 대학들은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 환경과 안전에 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도 연세대는 2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사립종합대학 사회책임지수’ 1위를 차지했다. 노동 부문에서는 A+를 받았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처지와 투쟁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