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세계 에이즈(AIDS)의 날’ 30주년
HIV/에이즈 감염인 혐오 선동 중단하라
올해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AIDS)의 날 30주년이다. 198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에이즈 예방과 편견 해소를 위해 제정한 날이다. 흔히들 에이즈라고 부르는 질병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상태를 뜻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HIV/에이즈에 대한 악의적 혐오 선동이 이어지고 있어 세계 에이즈의 날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기독교 우익들은 성소수자 혐오의 주요 근거로 HIV/에이즈 공포를 부추겨 왔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가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고 하더니, 이번 국정 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에서 “동성애가 에이즈 확산의 주요 경로”라는 황당한 얘기가 또 나왔다.
주류 언론들의 HIV/에이즈를 다루는 태도도 문제다. 10월에 여러 언론에서 에이즈 감염 성매매 여성을 대서특필하며 공포를 조장했다. 그러나 이런 편견과 공포 조장은 HIV/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만을 강화할 뿐이다. 이는 HIV/에이즈의 효과적 예방과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우익의 편견 조장 레퍼토리는 새롭지 않다. 일단 HIV/에이즈는 감염되면 ‘다 죽는 끔찍한 병’이고, 남성 동성애자들이 HIV/에이즈 감염률이 높기 때문에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 동성애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첫째 HIV/에이즈는 성적 지향과 전혀 상관 없다. 이는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밝히고 있는 바다. HIV 바이러스는 주로 정액이나 질액을 통해 감염되는데, 우익들이 집요하게 문제 삼는 ‘항문 성교’라는 특정 성교 방식에서 비롯한 게 아니고, 콘돔을 사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 성행위가 아니라 모자감염, 수혈을 통해서 감염되는 일도 많다. 일상적인 접촉이나 단순 체액 접촉만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둘째, 우익들의 호들갑처럼 HIV/에이즈는 ‘죽음의 병’이 아니다.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관리만 잘하면 평균 수명까지 살 수 있다. 만성 간염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과 비슷한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터무니없는 약값이다. HIV/에이즈 치료약은 보험이 적용돼도 너무 비싸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윤을 위해 약에 특허를 매기고 목숨을 담보로 가격 흥정을 한다. “에이즈가 아니라 제약회사가 환자를 죽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점을 볼 때 우익들이 에이즈 환자를 “세금 도둑”마냥 묘사하는 것도 부당하다. 에이즈 환자는 높은 약값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익들은 해마다 전쟁 무기 사드를 유지하는 데 드는 6조 원은 아깝지 않고 HIV/에이즈 감염인의 생명을 위해 필수적 치료를 위한 비용은 아깝단 말인가?
감염인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오히려 차별과 낙인이다. HIV/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다.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 공동기획단이 진행한 “2016~2017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감염인들이 죄책감과 나를 탓하는 심정을 느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36.5퍼센트의 감염인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HIV/에이즈에 대한 정부 정책도 문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에이즈 환자의 간병 지원비를 삭감해, 환자들이 국립의료원에서 내쫓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HIV/에이즈 감염인들이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HIV감염인에 대한 의료 차별과 진료 거부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 혐오를 강화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 전파매개행위금지 규정 폐지 등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제대로 된 성교육도 필요하다.
세계 에이즈의 날 30주년을 맞아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공동 주최해 “혐오를 넘어 사람을 보라!” HIV/AIDS 인권 주간 행동이 진행된다. 그중 하나로 12월 1일에 에이즈 혐오 확산의 주범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다.
HIV/에이즈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맞서 함께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