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대학생 5천 명이 모여 정부에 교원 수 늘리라고 요구하다
지난 8월 11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주최한 ‘교육여건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초·중·고 교사를 증원하겠다고 했지만 얼마 전 발표된 2018년 교사 선발 예정 수는 대폭 축소돼 예비교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분노를 반영하듯 방학 중인데도 전국에서 교대생 5천 명이 모였다. 특히, 광주·부산·대구 등 지방에서 온 학생들의 규모가 컸다. 서울역 앞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를 정도의 더위였지만, 참가한 학생들은 2시간이 넘도록 집회의 발언 하나하나를 집중해 들었다.
애먼 데 화살 돌리는 정부
일각에서는 예비교사들의 분노를 ‘교대생 이기주의’라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을 거부하는 ‘떼 쓰기’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의 원인은 약속을 어기고 자신의 책임을 예비교사, 비정규직 강사, 교사들에 돌리는 정부에 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경인교대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임용고시 끝나면 머리를 자르려 했는데, 더 기르게 생겼다. … 출생률이 줄어드는데 TO(임용 수)를 왜 늘리라 요구하냐고 하는데, 이렇게 TO가 급감할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 ‘너네 지방 가기 싫고 이기적이어서 수도권 (TO) 줄어드는 것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말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지방 가기 싫을 수도 있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만약 지방 교사가 부족해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 맡길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선하면 된다.”
교대생들을 ‘욕심쟁이’로 만드는 일각의 주장은 ‘청년 실업’이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말이다.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자유’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라는 것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정당한 요구이다.
게다가 교대생들의 요구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학급 당 학생 수가 OECD 평균보다 한참 많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교원을 증원해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서경진 부산교대 총학생회장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교육권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매 정권 대통령들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청년실업 해소, 노동 조건 개선,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교사 수 증원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군비를 대폭 증강하기로 했는데,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군비가 아니라 교육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 날 집회에는 전국교원양성대학교 교수협의회 연합회 소속 교수들도 참여해 제자들을 응원했다.
공주교대 박찬석 교수는 “누구는 수도권만 줄고 나머지는 다 줄지 않았다고 하는데, 공주 주변을 비롯해 대전·세종 다 줄었다. 지방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봄까지 계속 투쟁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하며 “바꾸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해 학생들에게 큰 힘을 줬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박정은 의장(광주교대 총학생회장)은 “(지금의 사태가) 교육현장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자본의 논리로 취급된다는 방증이며, 그것은 교육정책 생산의 주체인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보다 공공적이고 교육적인 대책을 시급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제한된 임용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강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교사, 강사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와 예비교사들의 교원 수 증원 요구를 대립시키는 주장도 한다. 정부가 강요하는 제한된 ‘파이’(일자리 수)를 둘러싸고 경쟁이 부추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예비교사들 모두 정부 정책의 피해자들이다. 경쟁과 돈을 우선순위에 두고 교육을 후순위로 미루며 ‘일자리’를 쥐고 이간질하고 있는 정부에 함께 맞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재정을 확충해 전체 ‘파이’를 늘려 교육현장에 안정적인 인력을 투입할 재원과 권한이 있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