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날을 맞아 11월 3일, 전국 수십 개 대학교에서 동시 다발 학내 집회가 열렸다. 인하대학교에서도 총학생회가 주최한 ‘인하인 시국대회’가 있었다. 주최 측의 예상을 넘어, 4백여 명이 모여 현 시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집회는 주영광 총학생회장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총학생회장은 수많은 학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늘은 학생의 날이다.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의 의미가 의심받는 이 시기에, 오늘 대회는 우리가 국민으로서 주인임을 선언하고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여러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근제 공과대 학생회장은 “공대라고 다를 것 없이 떨어지는 취업률, 비정규직 양산에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 오늘 우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서 큰 변화를 이뤄내길 바란다”라고 발언해 큰 공감을 얻었다.
정채봉 사범대 학생회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방 교육 재정 파탄 등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귀를 닫고 있다’면서 “미래 교육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예비교사로서 도저히 눈 감고 있을 수 없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하인 모임’에서 활동하는 오선희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무너진 안전 체계를 폭로했다. “메르스, 가습기 살균제, 구의역 참사, 경주 지진 등 …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많은 국민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세월호 유가족 분들은 ‘우리는 참사 당시 존재하지 않는 국가의 구조를 기다린 셈이었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인하대모임 회원 배은태는 “박근혜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지난 4년간 평범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정책들을 감행했다”면서 박근혜 퇴진 운동이 더 전진해야 하며, 이 과정이 효과적이려면 “거리의 시위와 생산에 타격을 입혀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결합”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한 학생도 불의에 맞서 학생들이 앞장서자면서 ‘박근혜 하야와 퇴진’을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10년간 학교 내에서 정치 시위가 열린 적이 없었던 인하대에서 적지 않은 규모로 열린 이번 시국대회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인하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중앙운영위원회는 운동을 확대하는 데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하인 모임’이 발의한 박근혜 퇴진 선언에는 짧은 시간임에도 1백명 넘게 동참했다. 또 전국의 총학생회들과 학생 단체 수십 개가 모여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결성되면서 박근혜 퇴진 운동 분위기가 확산됐다. 중앙운영위원회가 이러한 분위기에 의해 서명전을 진행하고 학내 집회를 추진한 것은, 애초에 단과대 학생회까지 연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데 그치려던 것에 견주면 한 발 전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집회의 기조나 구호에서 ‘박근혜 퇴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발언 내용들이 잘 보여 준 것처럼 박근혜 퇴진 여론은 ‘좌우’ 할 것 없이 들끓고 있다. 시국선언문의 특검 요구나 조건부 퇴진 주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이리저리 빠져나갈 틈만 엿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퇴진 운동의 분위기는 주말을 앞두고 더해지고 있다. 박근혜 퇴진 요구를 분명히 하고 운동을 확대하는 한편, 학생들의 분노와 의지가 학내뿐 아니라 학교 밖 거리 행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11월 3일 인하인 시국대회. ⓒ사진 출처 인하대 총학생회
△ 11월 3일 인하인 시국대회. ⓒ사진 출처 인하대 총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