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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4월 27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여성 취업 연계 강화 방안’(이하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정책으로 “4만 명의 취업을 연계하고 올해 35만 명 이상의 고용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공식 청년실업률이 세 달째 10퍼센트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기혼여성 취업률이 OECD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여성일자리 대책 또한 시급하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청년과 여성에게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알맹이 없는 정책이다. “일자리 수요자” 중심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주들을 도와 주는 정책들로 구성돼 있다.(이 정책들은 4 · 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일자리 정책공약 중 일부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에 관해 필자가 <노동자 연대> 172호에 기고한 ‘청년실업 ― 문제는 청년의 눈높이가 아니라 자본주의 이윤 경쟁’을 참조시오.)
일자리 탐색과 매칭이 어려워서 문제인가?
우선 ‘방안’에 담긴 정책들은 대부분 일자리 관련 정보들을 청년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청년 사이의 매칭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우선 “기업 수요 발굴해 취업 연계”하는 방안과 “취업에 꼭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은 기껏해야 채용 정보 관련 행사들을 많이 열고, 일자리포탈을 구축하고, 일자리 관련 정보를 “맞춤형으로 전달”해 주는 기관들을 늘리겠다는 것 정도다. “청년 친화 강소 기업 선정 및 홍보”도 방안 중 하나다.
그러나 채용정보 관련 웹사이트들은 근 몇 년 동안 날로 늘어만 갔지만, 오히려 실업률은 높아만 지고 있지 않은가?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의 양과 질이 추락하고 있는 것인데 정부의 방안은 변죽만 울리며 청년실업의 진정한 원인을 가릴 뿐이다. 청년들이 취업할 만한 좋은 일자리의 증가가 우선하지 않는 한 이런 정책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성과 중심 보상체계”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한 관심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내는 데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취업내일공제’를 통해 “자산 형성[을] 지원”해 준다면서(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을 1만 명에 한정하고 있는 데다가 그마저도 2년 동안 한 중소기업에서 일해야만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굳이 중소기업 취업자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청년들의 눈높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주로 낮은 보수와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이직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얕은 유인책으로 턱없이 낮은 임금 출발선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것이 진정한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청년들의 ‘유보임금’(취업하면 최소한 받고자 하는 임금)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노동생산성은 높아져 가는데 임금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 자본가들이 주는 임금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또한 정부는 “청년취업성공패키지”라는 일자리 매칭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학자금 대출의 이자를 감면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해 준다고도 한다. 학자금 대출로 빚쟁이가 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해 저임금 일자리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것이다.
‘방안’이 내놓는 또 다른 대책은 “진로지도 및 취/창업 선도대학[을] 육성”하고 “사회맞춤형 학과”를 확산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밀어붙이고 있는 ‘프라임 사업’이 청년 실업의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프라임 사업이 노리는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지금보다 더 노골적으로 대학을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저질 일자리에 걸맞은 ‘직업교육’ 수준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고, 경험할 권리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대책은 결국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춰 저질 일자리를 받아들이라는 데 강조점이 있다. 이는 청년의 실업이 전부 ‘자발적’ 실업 취급하는 것인데, 결국 저질 일자리에 취업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실업의 책임을 넘기는 것이다.
책임 떠넘기기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력과 일자리 사이의 미스매치의 전정한 책임은 청년들이 아닌 자본가들에게 있다. 미스매치와 같은 불비례 현상은 자본주의의 모순인 시장경제의 무정부성에서 (항상적으로) 발생한다. 주류경제학의 환상과 달리 시장의 가격기구는 경제가 매끄럽게 균형으로 수렴하도록 조정하지 않는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우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생산되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이 급속한 산업화를 겪을 때에는 ‘고급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었고 대학에 진학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임금격차가 워낙 컸다(지금도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자녀들 대학에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따라서 대학구조조정과 ‘청년 눈높이 낮추기’를 일자리 대책이랍시고 제시하는 지배계급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이다. 고급노동력을 많이 생산하려고 온갖 애를 쓰며 노동계급의 대학 진학을 유도해 놓고서, 대학진학자가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 과대하다고 판단하자 이들의 일자리를 전혀 보장하지 않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과 청년들은 청년실업의 지배자들이 청년실업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치르라고 요구해야 한다. 기존 취업자들의 노동시간을 임금과 노동조건의 후퇴 없이 대폭 단축해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구직자들이 직장에 잘 취직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공공부문에서의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기업주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청년실업 해소의 진정한 대책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일자리 대책이 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의 일 · 가정 양립’을 위해서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및 직장 복귀 지원”을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과 같은 알맹이 없는 정책을 빼자면 육아휴직 확대 정도가 실질적인 대책이다. 경력단절로 인한 차별을 없애려면 육아휴직 후 다시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휴직비를 늘리고, 육아휴직을 쓰는 것에 불이익을 주는 기업들을 더 강력히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방안’이 내놓은 중소기업에 지급하던 20만 원씩 주던 육아휴직지원금을 10만 원 더 준다거나,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면 기업이 적용 받는 사회보험료 세액공제율을 인상한다거나 하는 정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기업이 보조금만 더 챙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급 보조금을 늘린다면서 기존에 대기업에 지급하던 육아휴직 보조금은 없애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데도 굳이 중소기업만 두드리고 있다는 점도 불만족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여성일자리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 수요 전수조사를 통해 잠재수요를 발굴한다지만 이는 모두에게 비난 받는 시간제 일자리의 이미지를 굳이 개선하려 드는 데에 활용될 것이다. 시간선택제 전환 지원금을 인상은 시간제 일자리를 더 확대시키기 위한 기만책에 불과하다. 또한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까지 해가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결국 시간제 일자리 확대정책은 결과적으로 남녀 소득격차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오히려 보육과 양육과 관련된 복지 지원을 대폭 확대해 여성이 가사노동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해야 ‘M자형 취업곡선’(결혼을 계기로 일을 그만 두고 이후 다시 저임금 일자리에 취직하는 형태)이 보여 주는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과 여성 일자리 대책을 내놓는 데에 지배계급은 스스로 노동자들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쓸 생각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그들에게 매우 강력하고 실질적인 압력을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의 불만과 여성운동의 목소리가 노동자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진보 · 좌파는 이들의 결합을 도모하고 또 노동운동이 실질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