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쿠데타 세력 청산은 너무나 지지부진하다.
쿠데타 수괴 윤석열은 재판에 9회 연속 불출석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가자들 대다수는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전 행안부 장관 이상민만 구속됐고, 법원은 한덕수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내란 특검은 군의 외환 유치 시도에 대해 거의 손도 못 대고 있다. 쿠데타에 깊숙이 연루된 국정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특검 수사가 이처럼 지체되는 것은 ‘내란 세력 청산’은커녕, 각별히 부패하고 괴상망측한 ‘아무것도 아닌 자’ 몇 명만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가 축소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계엄 당시 윤석열·한덕수와 통화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있는 추경호 등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국힘은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받는 극우 장동혁과 김민수를 지도부로 선출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힘이 극우의 구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쿠데타 공범인 국가기관들
그 와중에 법원과 검찰 등 국가 기관들은 내란 청산에 반발하고 있다.
법원장들은 ‘사법부 독립’을 내세우며 특별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 때 비판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윤석열을 풀어줬던 판사 지귀연은 여전히 윤석열 재판을 주관하고 있다. 이런 자들에게 어떻게 쿠데타 세력 척결의 최종 심판자 역할을 맡길 수 있겠는가.
법원은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서부지법 폭도들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은 극우 세력에 자신감을 주고 있다.
검찰도 뻔뻔하게 핏대를 올리고 내란 청산에 반발하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수뇌부부터 평검사까지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자가 별로 없었고, 오히려 검찰 조직 자체가 쿠데타에 가담했다. 검찰은 이후 쿠데타 세력 수사도 번번이 방해했다.
이재명 정부는 동요하며 실망을 자아내고 있다
법원, 검찰 등 국가 기관들의 저항은 국가기구 내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들과 그 시스템이 얼마나 공고한지 보여 준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바로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을 전제로 삼은 채 국정의 연속성과 질서 안정을 우선시하며 쿠데타 세력 청산을 회피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도 그런 기조를 보여 준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법무부 장관 정성호는 내란 단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위 ‘친윤’ 검사들은 검찰 고위직에 올랐고, 쿠데타의 핵심인 군에서는 노상원의 ‘수사2단’ 구성원 등 쿠데타 가담자들도 포함됐다.
쿠데타 세력을 처단하지 않으면 머잖아 반드시 화근이 될 것이다. 이미 국가 기관들 내에 있는 쿠데타 지지자들과 극우는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힘 장동혁을 만나 협치를 약속했다. 어떻게 청산 대상과 협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이재명 정부가 쿠데타 세력 척결의 과제를 회피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대중의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는 미·일 제국주의와 능동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위안부’∙강제동원 합의를 인정했고, 미국의 해군력 증강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 이런 이재명 정부의 친미 협력 노선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키울뿐 아니라 친미·반중을 강령으로 삼는 극우의 어젠다를 정당화해 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게 쿠데타 세력 척결의 과제를 맡겨둘 순 없다. 지난겨울에 체감했듯,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대할 힘은 노동자와 청년∙학생 등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에 있다. 그 힘을 다시 발휘할 태세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2025.09.19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