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유례가 없는 폭염과 홍수, 가뭄, 산불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지난 8월 역대급 폭우가 내려 저지대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의 주거지가 침수됐고 가슴이 미어지는 사망 사고도 있었다. 유럽은 수백 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고, 에너지 위기와 물가 인상이 더해져 올 겨울 수많은 사람들이 난방과 식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계급에 따라 불평등하다. 가난한 사람들과 평범한 노동계급에게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기후 재난은 자본주의 체제의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만큼 체제에 의해 자연 재해가 인재로 바뀌게 된다.
화석연료 기업과 자본주의 체제에 책임이 있다
지구를 망가뜨린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기후 위기의 책임은 선진국 정부들과 지난 한 세기 동안 화석연료를 태워 거대한 부를 축적한 화석연료 기업에 있다. G20 국가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퍼센트를 배출하지만,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의 75퍼센트는 가난한 나라에서 생긴다. 지난30년간 거대 기업 100곳이 온실가스 배출량 71퍼센트에 해당하는 연료를 공급해 막대한 이윤을 거뒀다. 한국에서도 11개 기업집단이 전체 온실가스의 64퍼센트를 배출했다.
권력자들에게 기대어 해결할 수 없다
선진국 정부와 권력자들은 기후 위기의 주범이면서 그 위기를 방치하고,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고 있다.
지난해 각국 지도자들이 참여한 제26차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는 그야말로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었다. 석탄 화력 발전을 감축한다는 합의에는 어떠한 강제력도 없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그 알량한 말잔치마저 없었던 일인 양 노골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약속들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며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한편, 물가 폭등을 부채질하며 노동계급을 생계비 위기로 내몰고 있다.
‘기후 리더’를 자처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COP26이 끝난 지 불과 4일 뒤인 2021년 11월 17일, 멕시코만 일대 32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을 석유·천연가스 기업들에 제공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하자 석탄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확대하려고 한다. 석탄 발전소는 줄인다지만 그보다 많은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기후 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기업들도 전쟁과 에너지 위기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유가 인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삶을 지키기 위한 대중행동이 필요하다
일부 자본가들과 권력자들도 이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후 위기가 이윤에 타격을 입힐까 걱정할 때조차 이윤 창출의 논리 속에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를 낳은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 자체는 전혀 도전받지 않는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화석연료가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기업주와 권력자들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체제를 지키는 데서 여전히 막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중 투쟁을 통해 그들을 강제해야 한다.
또한 전기세 인상 등 노동계급과 빈곤층에 기후 위기 대응의 비용과 대가를 떠넘기려는 조처에 반대해야 한다.
오늘날 폭염, 산불, 전염병 등의 기후 재난은 계급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사회 전반의 정치적 긴장을 키우고 있다. 위기의 책임을 둘러싼 제국주의적 국가간 갈등도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위기에 항의하고,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는 시도에 맞서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9월 23일 전 세계 300여 개 도시에서 기후 위기와 불평등에 항의하는 국제 행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9월 24일 이 국제 행동의 일환으로 ‘기후정의행진’이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다. 기후 위기와 불평등에 항의하고자 하는 청년학생들이라면 함께 행동에 동참하자!
2022년 9월 19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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