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 8일)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이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 무려 3년만의 일이다. 박해를 뚫고 국경을 넘었지만 또 다른 차별과 천대로 고통 속에 마음 졸였을 루렌도 가족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그동안 루렌도 가족에 연대해 온 많은 이들에게도 정말이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 국가의 박해를 피해 2018년 12월 말 한국을 찾았다. 앙골라에서는 국가 간 분쟁을 배경으로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심각한 차별, 추방, 박해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렌도 씨는 콩고 출신인데, 앙골라를 탈출하기 전 경찰의 구금과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루렌도 가족이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도 없다면서 아예 입국을 불허했다. 결국 루렌도 가족은 무려 9개월여 동안 인천공항에 억류돼 노숙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때 루렌도 씨의 아내 보베테 씨는 건강이 악화돼 치아를 6개나 뽑고, 안압이 높아져 실명 위기를 겪기도 했다.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루렌도 가족의 입국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고,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에서 승소한 결과, 루렌도 가족은 억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는 냉혹하게도 올해 4월 이들의 법률적 난민 지위를 불인정했다. 난민 지위가 불인정되면 체류 자체가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루렌도 가족은 이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고, 바로 오늘 승리한 것이다.
루렌도 가족의 난민 지위 인정은 당연한 결과이고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
여전히 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가슴을 졸이며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버텨 볼 테면 버텨 보라’는 식으로 난민을 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난민 인정률은 2019~2020년 연속 0.4퍼센트(2004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오늘도 많은 난민들이 온갖 차별과 현실적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 측이 구금된 모로코 국적의 난민에게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난민들은 전쟁, 박해, 빈곤 등의 이유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이다. 그러나 끔찍한 전쟁과 빈곤을 양산하는 데 책임이 있는 자본주의 권력자들은 국경을 더 쌓아 올려 난민을 내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고통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어렵사리 우리 곁에 찾아 온 난민들은 따듯한 환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난민의 입국과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고, 취업과 생계 지원 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긴 시간의 고초와 역경을 이겨내고 비로소 오늘 바라던 결과를 얻은, 루렌도 가족에 다시 한번 축하와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2021.10.08
노동자연대 학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