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학교 당국은 적자를 이유로 아무런 대책 없이 기숙사 학생 식당 폐점을 결정했다. 기숙사 식당은 주말과 조식을 제공하는 학내의 유일한 식당으로 기숙사 학생들뿐 아니라,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도 유용하게 이용해 온 곳이다. 서울시립대는 교육 공공성을 이야기하며 박원순 시장이 반값등록금을 실행한 공립대학이다. 이처럼 학교 당국이 그간 공립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 온 것과는 달리 수익성을 이유로 교육 여건을 후퇴시키려 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서 많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을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항의를 표했다. 여러 언론 보도와 서울시와 학교 당국을 상대로 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민원 제기도 계속됐다. 결국 지난달 학교 당국은 학생처장과 생활관장, 총장으로 구성된 기숙사 식당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기숙사 식당 폐점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학교 당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 마땅히 뒤따라야 할 후속 조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기숙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2월 14일로 계약이 만료된다. 그런데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위탁 업체 선정을 논의해야 해서 그 이후 식당 운영은 중단된다고 한다. 언제부터 식당이 다시 운영될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제대로 된 공지도 없다.
기숙사 식당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시설인데도 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 폐점 결정 유보부터 향후 식당 운영 계획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속 시원히 알리지 않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없었다. 학생처는 자신의 관할이 아니니 생활관에 문의하라고 하고 생활관 측에서도 다른 민간위탁 업체를 선정 중이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학생들로서는 정식 입찰 공고를 냈는지도 알 수 없다. 학교 당국은 줄곧 적자를 이유로 대면서 안정적이고 질 좋은 식당을 바라는 학생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학교 부처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며 시간을 끄는 사이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값싸고 저렴한 식당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기숙사의 취지인 것에 비춰보면 이런 조처는 정말 필요한 일이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학교 당국은 더는 적자 타령 말고 대폭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이제까지 적용해 온 민간위탁 방식이 아니라 학교 당국이 책임지고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민간위탁 방식은 수익을 최우선해서 가격이 인상되거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시 학생들의 식당 이용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식당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문제도 있다.
학교 당국은 식당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생들이 바라 온 질 좋고 저렴한 식당 운영 방안을 마련해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
2020. 02. 12. 노동자연대시립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