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와 용역업체들 간에 진행된 조정위원회가 최종 결렬됐다. 올해 11차례 진행된 집단교섭에서 고려대의 C&S를 비롯한 하청업체들은 침묵하고 있다가 막판에 겨우 1백 원 인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경지부 노동자들은 파업을 포함해 항의 행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참가한 노동자 96.7 퍼센트가 찬성해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됐다. 서경지부 소속 고려대분회 청소.주차.경비 노동자들도 지난 23일, 본관 앞 집회를 시작으로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 청소.주차.경비 노동자들도 속해 있는 서경지부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시급을 1만 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이 사회적 요구가 된 상황에서, 용역업체들이 제시한 인상안은 기만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서경지부 노동자들 대부분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출근시간보다 1~2시간 빨리 새벽에 출근하지만 기본급은 약 1백55만 원을 겨우 웃돈다. 서경지부의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투쟁을 통해 최저임금보다는 많은 임금을 쟁취했다. 그럼에도 이 돈으로 한 달 생활을 꾸리기는 너무나 빠듯해 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특히 우리 학교 경비노동자들은 단가 후려치기 때문에 사실상 최저 임금만 받고 있다. 고려대 노동자들이 “… 매년 물가는 올라가고 생활은 힘들어도 월급은 백 원 인상을 고려 중이라 하니 답답하고 속상”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진짜 사장’ 대학 당국들의 태도도 문제다. 원청(대학 당국)의 사용주들은 ‘[하청]업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 사장인 원청이 이런 변명을 하는 건 무책임하다.
지난 금요일, 고려대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총장을 만나서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겠다’며 본관 앞으로 찾아갔지만 고려대 당국은 이 노동자들을 문전박대 했다. 학교는 ‘작년 미래대학 점거 때 상처 받았다’는 핑계를 대며 문을 걸어 잠그고 노동자들을 만나 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학교 당국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계속 묵살한다면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더 큰 저항으로 맞설 것이다. 대학 기업화 정책이었던 ‘미래대학’을 철회시킨 학생들의 힘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하는 것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올해 서경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에 학생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고려대 노동자들도 “우리의 목표를 꼭 모두 함께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 힘차게 연대”하자고 말한다. 그동안 서경지부 소속 대학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학생들의 연대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로 임금 인상이 어렵다’며 학생과 학내 노동자들을 이간질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청소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며 이런 이간질에 맞서 왔다. 게다가 최저임금 1만 원은 대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요구다. 청년실업 120만 시대에 학점 경쟁, 스펙 경쟁,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며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게 오늘날 대학생들의 현주소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당장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박근혜를 파면시킨 촛불운동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은 당연한 요구가 됐다. 촛불 대통령을 자처하는 문재인은 ‘2020년까지 인상’ 또는 ‘점진적 인상’으로 질질 끌지 말고 노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정부는 재원이 부족하다고 변고할 것 아니라, 기업과 부자들에게 증세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2017. 06. 26.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고려대모임
(문의 l 국어교육3 연은정 010-7113-3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