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집회
성소수자·장애인 등 차별받는 사람들이 도심을 활기차게 행진하다
12월 9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 우리가 연다, 평등한 세상!’이 열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두 달 간 지역과 대학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서명을 1만 명 이상 받으며 기층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알려냈다. 그러나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차별금지법 요구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차별 받는 사람들이 직접 거리에 나선 것이다. 집회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이주공동행동, 인권운동더하기가 공동주최했다.
추운 날씨인데도 2백5십여 명이 참가했고, 성소수자 단체와 장애인 단체의 회원들이 많았다. 이주노조와 희망연대노조 활동가들도 참가했다. 대구에서도 성소수자 등 10여 명이 ‘평등버스’를 타고 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하는 노동자연대도 10여 명의 회원들이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요구 외면 말라”, “자유한국당,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무슬림 혐오 중단하라” 하는 팻말을 들고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혐오 세력에게 경고를 보낸다’는 의미의 빨간 색 옷을 입고 활력 있게 집회와 행진을 이어갔다. 차별금지법이 지난 10년째 제정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자들 내에서 “지금 당장”이라는 구호가 특히 인기 있었다.
집회 연단에서는 가족 형태로 인한 차별, 학력 차별, 이주민 차별, 성소수자 차별의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최형숙 미혼모협회 인트리대표, 난다 대학입시거부로삶을바꾸는 투명가방끈 활동가, 원옥금 베트남공동체 대표,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이자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박한희 씨가 발언했다.
원옥금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은] 마음대로 그만 둘 수 없기 때문에 훨씬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게다가] 이주여성은 이중의 차별을 겪고 있다. 한국 사정에 어둡다는 것을 이용해 성희롱, 성추행에 자주 노출된다”며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했다.
박한희 씨는 “촛불을 계승한 정부라는 이번 정부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미루지 말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최근 일각에서 ‘트랜스 여성은 진짜 여성이 아니다’며 트랜스 여성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상황이 차별 받는 사람들의 운동을 분열시킬 위험을 지적하며 “누가 ‘진짜 여성’인지를 가리는데 노력을 쏟기보다는 진정한 억압에 맞서 함께 싸우자” 하고 차별에 맞선 단결을 강조했다.
도심 행진도 활기차게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동요 ‘상어가족’을 개사한 ‘차별금지법 제정 쏭’을 부르고 “문재인 정부, 차별금지법 책임져라”, “사람이 먼저라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더 이상 나중은 없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서 차별 받는 사람들은 자신감을 갖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 차별금지법 제정 만으로는 차별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원옥금 베트남공동체 대표의 말처럼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들이 어울려 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