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폐지 공약조차 주춤거리는 문재인 정부
한국 대학 등록금은 세계 4위로 여전히 매우 높다(2017년 OECD 발표).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학자금 대출자는 169만 명에 이른다.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과 노동계급·서민 가정에 비싼 등록금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그래서 반값 등록금 정책은 수년간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 또, 대학들이 별 근거도 없이 받는 입학금을 폐지하라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은 반값 등록금과 입학금 폐지 등을 공약했다.
그런데 당선 이후 문재인 정부는 더는 ‘반값 등록금’을 말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은 빠졌다. 심지어 작은 개혁이라 할 수 있는 입학금 폐지 공약조차 삐걱거리고 있다. 내년에 국공립대 입학금은 폐지하기로 했지만, 사립대 당국들의 반발 속에 사립대 입학금 폐지 결정은 미뤄지고 있다.
사립대들이 신입생에게 걷는 입학금은 많게는 100만 원이 넘고, 평균 72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입학을 위해 쓰는 돈은 이 액수의 6퍼센트가량에 불과하다. 대학들이 재정 수입을 위해 신입생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사립대들은 수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적으로 어렵다며 입학금 폐지에 따르는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겠다고 한다. 입학금 중 40퍼센트가 신입생에게 사용된다며, 입학금이 폐지되면 그 비용만큼 신입생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신입생 장학금 등이 포함돼 있어 입학 비용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없다.
또, 사립대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국가장학금 2유형의 예산을 대학의 교육 운영비로 전용하게 해 달라고도 요구한다. 교비로 지급하던 신·편입생 장학금을 정부 돈으로 지급해 재정을 아끼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학생 장학금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지원은 확대돼야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입학금을 폐지할 수 없다는 사립대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엄살이다. 사립대들의 적립금은 8조 원이 넘는다. 2016년 한 해에만도 이월금이 7천62억 원이나 된다. 매년 예산을 과다 편성해 학생들에게 등록금으로 부담시키고, 남은 돈을 이월금과 적립금으로 쌓는 “뻥튀기 예산”이 계속되는 것이다.
노동계급·서민 가정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려면 대학 당국의 수익성 논리에 맞서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사립대들과 협상해서 해결하려다 보니 이처럼 작은 개혁조차 지지부진하다. 입학금 즉각 폐지가 아니라 5년 또는 7년 이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또, 입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신입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해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사립대 총장들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최근에는 교육부, 사립대 총장협의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국 28개 총학생회가 참가하고 있는 단체)의 대표단으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통해 협상하고 있다. 사립대 총장협의회는 합의로 결정돼야 한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러나 입학금은 즉각, 완전 폐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