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당국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한신대 판 집시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학내에서 집회를 열기 2일 전에 학생처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수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학교 당국이 판단)하는 경우도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의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치는 집회·시위를 해서는 안 되며, 질서 유지인 10퍼센트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이는 10인 이상의 집회는 학생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문화된 학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학생은 학칙을 준수하며 … 인권침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비민주적인 규정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새 규정은 ‘반(反) 인권적’으로 알려져 있는 집시법을 한신대 판으로 변형한 것이다. 학교 당국은 이미 실효성 없는 과거의 학칙을 삭제하지는 못할망정, 규정으로까지 확장해 되살리려 한다.
이런 비민주적인 규정 제정은 학교 당국에 맞선 저항을 비롯한 학생들의 투쟁을 억누르려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발맞춰 졸속적 학과 통폐합, 상대평가제 도입, 학점포기제 폐지 등 경쟁을 강화해 왔다. 실습비 삭감, 기숙사비 인상 등 교육 환경도 악화시켜 왔다. 반발하는 학생들은 징계·고소로 협박했다.
지난해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들의 총투표를 무시하고 3위인 강성영 교수(교수 9.72퍼센트, 학생 13.33퍼센트 득표)를 총장으로 임명했을 때도, 총투표 결과를 이행하라고 요구한 학생들을 무더기로 경찰에 고소하고, 학생사찰 정보를 경찰에 넘겼다. 현재 학생 5명은 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학교 당국은 이미 교육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집회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몇 년 동안 벌어진 학생들의 투쟁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학교 당국에 저항하는 행동을 “공공의 질서” 파괴한다고 규정해, ‘폭력 집회’로 낙인찍어 학생 탄압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학생들을 탄압할 때는 대대적으로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전교생에게 문자와 알리미를 발송하더니 이런 개악은 웹사이트에 형식적인 게시만 하고 스리슬쩍 넘어가려 했다. 이게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 줄은 알았던 모양이다.
구조조정 위해 “학과 5개가 없어져야 한다”는 최성일 총장 직무대행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 이 규정은 ‘선제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강행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한다고 말하는 건 립 서비스일 뿐”이라고 말한 최성일 교수(총투표 당시 4위)가 총장직무대행으로 선임 된지 일주일 만에 안으로 올라왔다. 정당성 없는 직무대행이 개악의 총대를 메는 건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학교 당국은 규정 제정의 이유를 “2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해 필수 평가 사항”을 반영한 것이라 설명한다. 대학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박근혜 정권의 악질적 정책과 그 궤를 함께하는 규정 제정인 것이다. 게다가 그 평가 영역은 “학생활동 지원 및 안전관리”인데, 세월호 참사 등 대규모 참사의 진정한 원인과 해결책 제시를 회피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여 준다. 그리고 학교 당국은 이를 이용해 민주적 권리를 후퇴시키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맞선 사상 최대의 대규모 시위가 4개월 째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민주적 권리를 정면 부정하려는 시도를 용납해선 안 된다. 학교 당국은 규정안 제정을 즉각 중단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