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전해진 터키의 군부 쿠데타 시도는 실패한 게 거의 확실한 듯하다. 이에 우리는 크게 안도하며, 터키에서 반복돼 왔던 군부의 정치 개입 시도에 민중이 첫 패배를 안겨 줬다는 것에 진심 어린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지난 몇 년 간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대중적으로 표출되고, 국경을 맞댄 시리아·이라크의 지정학적 불안정, 그와 연계된 쿠르드 독립 문제와 난민 문제 때문에 사회 불안이 심해졌다. 최근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지지자들을 포함한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공격들이 잇따르면서 그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군부 내 일부 세력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에르도안을 몰아내려고 했던 듯하다. 특히, 에르도안 정부가 이슬람(터키인 다수의 신앙)에 대해 전임 정부들보다 관대하다는 것을 이용하려 했던 듯하다.
터키 건국 이래 군부는 수차례의 쿠데타를 포함해 이런저런 형태로 숱하게 정치에 개입한 만큼 만약 이번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한층 더 억압적인 지배계급 분파가 전면에 나섰을 것이다. 또한 한국을 포함해 독재 종식의 역사가 오래지 않은 나라들에서 군부가 장차 정치에 다시 개입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고무하는 효과도 냈을 것이다.
다행히도, 현지의 관측에 따르면, 쿠데타에 동원된 사병들은 우물쭈물한 반면 민중은 맨몸으로 탱크를 가로막는 등 용감하고 단호하게 쿠데타에 반대했다. 건국 이래 군부가 자행한 독재와 탄압의 기억을 터키 민중이 잊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쿠데타는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한 듯하고, 그것이 군부 중에서도 일부만 쿠데타에 가담한 배경이 됐던 듯하다.
그럼에도 터키 사회 불안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 위기에서 비롯했고 당분간 그 조건들이 완화될 조짐은 없다. 따라서 앞으로도 터키의 정치적 격변은 재발될 수 있다. 에르도안 정부를 놓고 진행된 군부 내 분열도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민중의 지지에 기댔다는 모순에 우리는 주목한다. 쿠데타 실패가 민중의 민주주의 열망과 더한층의 자신감을 고무하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 국면에서 쿠르드 억압과 제국주의 지원 정책에 맞서는 투쟁이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현지 사회주의자들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2016년 7월 16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