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 사람에게는 듣기 무서울 법한 이 조항은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최근 이 조항을 적용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 또한 2015년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뒤 2015년 9월경부터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 경찰의 집요한 추적(통신사 기록 조회, 금융 정보 조회 등)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재판부에서 벌금 2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고 이 약식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나는 당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현실이 너무 답답했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거리에 나서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이윤에 눈이 먼 이 사회가 바뀌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려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완전히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으로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 참가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집회에 참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진상규명을 할 의지조차 없었고, 오히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등 다양한 이유를 가져다가 무거운 형벌을 받게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야 될 대상은 나를 포함한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경찰이다. 4월 18일 당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로 나서기 이전에 이미 경찰 병력 1만 4천여 명, 차벽 트럭 18대, 전경버스 등 차량 4백70대를 동원해 광화문 주변을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막았다. 주변 골목마다 진압방패를 든 경찰들이 골목을 막고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모든 길을 막아 놓은 상황에서 갈 길이 막히자 도로로 나온 집회 참가자들에게 “여러분들의 불법 행위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경찰서 경비과장의 해산경고는 위선이었다. 자신들이 도로 통행을 막아 놓고 집회 참가자들 잘못이라니!
또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사냥하듯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퍼부어 댔다. 나 또한 캡사이신 농축액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지경이었다. 또한 살수차를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을 쓸어버리려는 듯이 물대포를 쉴 새 없이 쏘아 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캡사이신 농축액에는 파바(PAVA)라는 여러모로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섞여 있었다. 물대포를 쏘는 각도 역시 제한이 있지만 경찰은 이것도 무시하고 마구 살수했다. 이런 무차별적 살수는 지난해 12월 5일 한 농민을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제도적 폭력도 자행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힘겹게 싸워 오면서 얻어 낸 특별법 하에 설치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여당과 정부의 방해 공작에 몇 개월을 기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야 했고, 지금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하지 못하는 상태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나는 이러한 울분을 담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의 대의를 방어하고 내가 무죄임을 당당하게 주장할 생각이다. 박근혜 정권은 나를 겁주기 위해서 일반교통방해라는 혐의를 달고 대학생 신분인 나에게는 꽤 무거운 벌금 2백만 원을 부과했지만, 정부에게는 안타깝게도 나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는 오히려 제대로 싸워야겠다는 의지를 나에게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됐다. 검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습관적으로 남발하고 있는 기소에 대해 한 방을 날리고 싶다.
정식재판을 청구한 지 며칠 만에 공판기일이 잡혔다. 많은 지지와 성원을 바란다.
첫 공판은 4월 7일(목) 오전 11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14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