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당국의 성소수자 영화제 불허 규탄한다!― 극우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야 한다

6월 20~22일 이화여대 교정 내에 있는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퀴어영화제(성소수자 영화제)가 대관을 거부당했다.

이는 이화여대 당국이 동성애 혐오 세력의 요구를 수용해 아트하우스 모모에 압력을 행사한 결과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지난해에도 퀴어영화제가 열렸던 곳이다. 그런데 올해 영화제 개최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화여대 학교 측의 반대 의견과 “민원”을 이유로 주최측인 서울퀴어문화조직위에 대관 거부를 통보했다.

그 “민원”이라는 것의 실체는 기독교 우파 세력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이었다. 이들은 “기독교 정신”과 성서 구절을 운운하며 “동성애 홍보장”을 이화여대에서 막아내자고 선동했다. 이들은 이화여대 안팎에서 퀴어영화제 반대 서명을 받으며, 이화여대 교직원들에게 집단 항의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했다.

이런 압박이 벌어지자 이화여대 당국은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퀴어영화제 반대 운동의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한 것이다.

이화여대는 기독교 우파들이 성소수자 행사와 모임을 집요하게 공격해 온 역사가 있다. 2000년대 초반 기독교 우파는 무지개 깃발을 훼손하고 성소수자 문화제를 방해해 왔다. 하지만 학내외 성소수자 지지 학생들의 방어와 연대가 넓어지면서 이들은 최근까지 감히 그런 짓을 하지 못했다.(2008년 이화여대 학생들의 동성애 방어 운동)

하지만 윤석열의 쿠데타 미수로 극우가 부상하고,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극우는 미래를 도모하며 대학가 기층에서 조직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퀴어영화제 반대 선동을 한 자들의 중심에 올해 초 극우 유튜버들의 도움을 받아 윤석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했던 기독교 우파인 극우 학생들과 동문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 가능하다.

이 극우 학생들은 윤석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하며 안정권, 배인규, 킬문TV 등 여성 비하를 일삼는 남성 극우 유튜버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극우 유튜버들은 탄핵 찬성 학생·동문에게 성희롱과 물리적 폭력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화여대 당국은 이들을 수수방관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묵인하고 이화의 일원이기도 한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게 이화여대 당국이 말하는 “기독교 창립 이념”인 건가?

퀴어영화제 불허는 “혐오를 정당화하고 검열을 합리화하며,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일 뿐이다(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성소수자가 “기독교 정신”에 반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성서와 19세기까지 교회 전통도 동성애를 죄악시하지 않았다. 이번 퀴어영화제 반대파가 근거로 삼는 성서의 레위기 20:13 구절도 시대적 맥락을 초월해 동성애 혐오 구절인양 오독하고 왜곡한 것이다(자세한 반박은 ‘성서와 19세기까지 교회 전통은 동성애를 증오하지 않는다’ 참조).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미국장로교회 총회장이자 저명한 신학자였던 잭 로저스(1934-2016) 교수는 《예수 성경 동성애》(한국기독교연구소)에서 우파들이 동성애 혐오로 왜곡하는 성서 본문을 치밀하게 해석해 우파들의 주장을 논파했다.

또한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원장을 지낸 박경미 교수도 저서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한티재)는 “성서 안에는 오늘날과 같은 의미에서 동성애자나 성소수자가 이야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레위기는 “종류가 다른 실을 섞어 짠 옷을 네 몸에 걸치지 말라“(레19:19)고도 하고, 돼지고기나 새우, 굴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왜 기독교 우파는 이런 말씀은 지키지 않고 동성애에만 선택적 잣대를 들이대는가?

기독교 우파의 동성애 혐오는 “기독교 정신”도, 성서에 따른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는 성소수자들을 속죄양 삼고 보수적 가족 가치를 수호하려 한다. 트럼프 재집권과 극우∙파시즘의 부상 속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공격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의 극우 세력은 주로 반중∙혐중 선동으로 세를 모으고 있다. 최근 건국대학교 앞 양꼬치 거리에서 “윤 어게인” 시위대가 중국인 점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극우도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또한 점차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이번 이화여대 당국의 대관 거부 결정은 극우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극우들은 이번 일을 발판 삼아 다른 대학이나 지역에서도 비슷한 짓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화여대 당국의 퀴어영화제 대관 거부 규탄한다.

극우와,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더 큰 연대와 항의 행동으로 맞서야 한다.

2025년 5월 2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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