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6년 된 이집트인 난민이 난민의 열악한 처지, 난민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의 부당성을 〈노동자 연대〉에 말한다.
한국 정부가 난민법을 만든 것은 값싼 노동력을 들여오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다른 노동자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 공장이나 위험한 곳에서 일하게끔 말입니다. 그러면서 난민의 건강이나 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에 있는 이집트인 정치 난민 대다수는 2018년에 입국해서 이제 6년 차가 됐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저와 같은 날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제 동료들 중에는 여전히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건강보험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난민법에 따르면 명백히]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정치 난민 신청자인 [상당수] 이집트인들에게는 [난민 인정을 하지 않아] 건강보험을 전혀 제공해 주지 않습니다.
제 친구의 부인은 출산을 해야 하는데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서 출산 비용으로 무려 150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건강보험이 있는 친구는 80만 원만 내도 됐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간단한 시술이었는데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600만 원이나 냈습니다.
일부 예멘인과 시리아인 등 인도적체류허가 비자(G-1-6)를 받은 사람들만 예외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됩니다.
건강보험 없어 출산 비용이 1500만 원
한국 정부는 건강보험도 적용해 주지 않으면서 난민 신청 심사를 지연시키기까지 합니다. [기다리다 지쳐] 결국 네덜란드나 독일 같은 유럽 나라로 떠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이렇게 유럽 나라로 가서 3개월 만에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도 많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난민 신청자로 한국에 입국하면 처음 6개월 동안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습니다. 건설이나 배달 같은 일용직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들이 “불법 노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또, 한국에는 적지 않은 수의 아랍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많은 아랍인이 무면허로 운전하고 있습니다. 본국에서 면허를 취득했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의 운전면허 시험에는 아랍어 통번역이 제공되지 않아서 한국어가 서툰 아랍인들은 시험을 통과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운전면허 시험에 붙었습니다. 처음엔 한국에서 이집트 운전면허를 한국 면허로 교체하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이집트 대사관을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정치 난민인 제가 대사관에 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운전면허 시험을 새로 보는 데 드는 비용은 난민 인정을 받은 제가 아니라 이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4개월이나 걸려 운전면허 시험에 붙었습니다.
그리고 난민법에 명시돼 있는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난민법에는 [난민 인정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제가 난민 인정자로서 [정부 지원]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가면 “당신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참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과 달리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몇 년 있으면 국적도 취득할 수 있고 정치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6년 또는 그 이상이 지나도 난민 인정을 못 받고 정치 활동 참여도 금지당합니다.
특히, 인천지역 아랍인 커뮤니티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감시와 사찰을 당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식으로 아랍인들을 압박해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우익 대통령이 난민법을 개악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집트인 난민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고, 설사 난민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철회될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법에 따르면 외국인인 저는 한국에서 정치 참여가 금지돼 있습니다. 저는 이집트에서 뿐만 아니라 [탄압을 피해 망명해 온] 한국에서도 정치 참여를 금지당한 것입니다.
정치 활동 참여는 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정치 활동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한국 정부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그리고 난민의 권리를 함께 방어하고 그들과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법이 자본주의를 위한 법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저와 이집트인 난민들, 그리고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면서 연대에 나서고 있는 동지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출처: 이집트인 난민이 말한다: “난민에게도 권리가 보장돼야 합니다”, 〈노동자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