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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녹색당·정의당의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 현수막 게시 정당하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매도 말라

11월 15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인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여 독립하라(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구호를 “심각한 증오 표현”이라고 공격하며, 이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대사관 앞에 건 노동당·녹색당·정의당에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 구호가 “이스라엘 국가를 파괴하고 이스라엘인들을 인종 학살하겠다는 구호”라고 주장하며  11월 6일 미국 하원의 라시다 틀라입 징계 결의를 인용했다. 미국 하원은 팔레스타인계 의원 라시다 틀라입이 이 구호를 외친 시위 영상을 ‘X’(옛 트위터)에 공유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게도 그를 징계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정의당이 이 구호의 뜻을 알고도 현수막 게시를 승인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틀라입 징계 결의를 인용하며 국회 의석이 있는 정의당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은근한 협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대사관이 “이스라엘인에 대한 인종 학살”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인을 인종 학살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스라엘 아닌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인종 학살이라는 올바른 규정에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11월 6일에도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한국 기자들에 대해서도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스라엘 공습 사망자는 학살 희생자라고 쓰면서 하마스 학살로 숨진 이들은 살해 희생자라고만 표현하는데, 이는 불공평하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분출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구호(이자 노래 가사)는 “인종 학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구호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동지중해 해안까지(“강에서 바다까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체에 단일한 세속 민주 국가를 수립하자는 애초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목표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며 반 세기 넘게 이 구호를 함께 외쳐 왔다.(관련 기사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 독립!” — 분노의 외침이자 진정한 해방 요구를 기꺼이 공유하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인을 멸절시키려는 인종 학살”을 결코 주장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하마스가 자신들의 강령 제20조에서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이스라엘 국가 파괴를 명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조항은 해방 의지를 표현하는 것일 뿐 이스라엘인 몰살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곡해일 뿐이다.

게다가 해당 조항은 역사적 팔레스타인을 모두 되찾아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그 일부인 1967년 이전 국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이런 구호에 “인종 학살”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스라엘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유대인 배척자로 매도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정치적 흠집을 내려는 것이다.

물론 유대인 배척은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우리는 이에 분명히 반대한다. 그러나 유대인 배척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아니라 극우의 어젠다이다.

외려 이스라엘이야말로 극우와 거리낌 없이 손잡고 있다. 현 이스라엘 재무장관 스모트리치는 성소수자 혐오와 파시스트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모든 유대인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 곳곳의 유대인들도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인종 학살에 경악해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 독립!”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국가는 팔레스타인 연대가 유대인 배척이라는 거짓 비방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것은 유대인 배척과 등치될 수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강탈에 기초하고 이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끝없는 폭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제국주의의 경비견 이스라엘 국가에 반대하는 것은 유대인 배척과 아무 상관이 없다.

옳게도 녹색당은 16일 성명을 발표해 이스라엘 대사관을 규탄했다. “폭력과 학살을 일삼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들이 대량 학살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기원과 역사를 망각한 언어도단이다. … 이스라엘 정부는 불법 점령과 학살을 중단하라.”

같은 날 정의당도 국제연대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대량학살의 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며 “팔레스타인 민중이 자유와 평화를 획득할 때까지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 독립” 구호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보란 듯이 내건 것은 완전히 정당하고, 이스라엘 대사관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옳다.

2023년 11월 16일

노동자연대

 

출처: 성명: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의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 현수막 게시 정당하다—이스라엘 대사관은 매도 말라, 〈노동자 연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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