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로 갈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후 한국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 포탄의 “최종사용자는 미국”이라며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의 포탄 거래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는 무관하다는 국방부 해명은 설득력 없는 얘기다. 미군의 155밀리미터 포탄이 부족해진 까닭은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량 지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의 부족분을 한국산 포탄으로 채워 준다면, 결국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군에 지급된 포탄이 향후 우크라이나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WSJ의 보도대로라면, 윤석열 정부는 포탄이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이번 거래를 하는 것이다.
강대국 간 패권 경쟁
전쟁이 시작된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갈수록 이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간 제국주의적 경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서방은 즉각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이용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동맹국들을 결속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 경쟁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파괴되고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죽어 나가는 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푸틴도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에 맞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방도 이에 뒤질세라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대국 간 직접 충돌이 벌어질 위험도 커졌다. 핵전쟁의 위험도 실존한다.
협상 이야기가 나오지만, 전쟁 당사자들 모두가 협상 개시에 큰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기 지원은 전쟁을 지속시켜 더 많은 살상과 파괴를 의미할 뿐이다.
무기 공급처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를 주최하는 촛불행동은 11월 11일 논평을 내서 옳게도 이렇게 비판했다. “무기를 실제로 판매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후방 무기 공급처로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쟁의 한 당사자가 되어 러시아와 군사적 적대 관계가 되어 한반도가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 것입니다.”
“이번에는 155밀리미터 포탄 10만 발이지만 전선의 변화에 따라 다음에는 어떤 비밀 거래로 더 큰 무기 판매가 이뤄질지 모릅니다.”
촛불행동의 비판대로, 향후 우크라아나군 지원을 위한 모종의 추가 무기 거래가 있을 수 있다. 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과 나토의 무기 재고 상황이 여의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9월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를 생산하는 산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기·탄약 생산을 전시 수요에 맞게 늘리려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소모전이 계속되는 한, 미국과 나토는 무기 재고를 채울 단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미국은 제3국에서 재고를 일부 보충해야 할 수 있다.”(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문 마크 캔시언)
따라서 미국이 한국에게 더 많은 무기 거래와 지원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수십 년 동안 군사적 대치 상황을 유지해 온 한국이 전차·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산업 역량을 갖춘 국가이기 때문이다.
포탄 10만 발 거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나토를 계속 지원할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이 악화되는 데 일조하는 것이며, 결국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무기 제공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대리전에 반대한다!
11월 26일 행동에 함께 참가해 러시아 철군과 서방 개입 중단 모두를 요구하고, 나토에 협력하는 윤석열 정부에도 반대하자!
2022년 11월 21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이 성명은 <노동자 연대> 신문의 관련 기사를 참조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