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청현 연세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지난해 8월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찜통 같은 열악한 휴게실 안에서 잠들었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여러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들의 열악한 실태가 연일 폭로됐다.
당시 연세대에서도 용역업체 코비컴퍼니 소속 시간제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서 열악한 휴게실 문제가 드러났다. 연세대 학내 언론과 본지 등이 휴게실을 방문해 열악한 실상을 폭로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 노동자들은 1년 동안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성토한다. 나와 다른 노동자연대 연세대 회원들은 연세대 4공학관 지하에 있는 휴게실을 다시 방문했다.
노동자들이 “쉬는” 휴게실은 “재활용폐기물 보관실”이다. 원래는 청소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돼 왔고 온갖 약품이나 물품이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휴게시설은 작업도구 보관함, 창고 등으로 사용되지 말 것”을 명시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
게다가 휴게실과 주변 복도 곳곳에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이 떨어진 곳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더욱이 올해는 긴 장마 때문에 누수가 멈출 날이 없어서 노동자들이 매일 악취 속에 살고 있다. 휴게실 내에 환기시설이나 창문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문을 계속 열어 두고 있어야 했다. 노동자들은 냄새가 심해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아예 휴식 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 당국은 올해 초까지 이 건물에서 전기 배선 공사를 했는데, 노동자 휴식 여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누수 문제는 전혀 개선이 안 됐고, 심지어 공사과정에서 휴게실에 석고 가루가 날려서 노동자들이 휴게실을 아예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공사기간 동안 대체 휴게실을 마련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청소 물품이 쌓여 있고, 약품 냄새와 누수로 인한 악취가 나는 이런 환경은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휴게실은 성별 분리도 안돼 있어 남녀 노동자가 함께 사용해야 한다. 탈의실도 없어서 노동자들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한 노동자는 가장 바라는 것이 “다른 장소에 제대로 된 휴게실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이곳은 휴게실이 아닌 것이다. 노동자들은 “환기 시설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노동자들은 17년도 말부터 학교에 제대로 된 휴게실을 거듭 요구해왔다. 그러나 학교는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해오고 있다. 수천 억 적립금을 쌓아 놓고는 학교를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비정규직들에게 잠시 쉴 공간조차 못 주겠다는 것이다.
고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쾌적한 휴게실은 필수적이다. 특히나 시간제 노동자들은 전일제 노동자가 8시간 동안 하는 일을 압축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 내가 휴게실을 찾았을 때도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으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청소노동자 한 명이 매우 많은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하고 모두 가져다 버려야 한다. 노동자들은 “방학이라 그나마 적은 것”이라고 말한다.
연세대 당국은 더 이상 수수방관 하지 말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실을 마련하라.